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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ianare, 2009)

 비카스 스와루프의 원작 소설 'QnA'에서 비롯된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대니 보일의 특급 히트작이다. 대니 보일은 소설의 틀만을 빌려 영화로 재구성하여 독창적이고 개성있는 작품으로 거듭나게 해주었다. QnA를 본 사람들은 알듯이 매우 흥미롭고 하나의 모험극을 보는듯한 이 이야기를 거의 군더더기 없이 묘사하고 재현해냈다. 특히 이 작품이 이렇게 거의 완벽한 형태의 영화로 재구성되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시작은 어두컴컴하고 더러운 지하실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마어마한 상금이 걸린 퀴즈쇼에서 우승한 지말 말릭을 수사하는 경찰들 사이에서, 원작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는 말릭이 어떻게해서 우승했는지 문제를 내린다. 압박이 가해지는 불리한 상황에서 말릭은 그 사실을 거짓말 하나 없이 실토한다. 말릭이 자신을 취조하는 형사에게서 강조하는 것은 그들이 모르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이고, 우리가 말하는 모든 사실이 현실에서는 믿기 힘든 거짓이 되어버린다고 불어 넣고 있다. 그 모습을 더욱 효과적으로 집중시키기 위해서 대니 보일은 우리가 보던 익숙한 인도의 모습의 지하 세계를 동화스럽게 표현하고 있었다. 어떤 문제를 배달시키는데 있어서 충격적인 것보다도 조금 더 돌려서 표현하기에는 이 전체적인 내용과 구성은 군더더기가 없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소설 원작과 마찬가지로 영화 역시 처음부터 자말 말릭이 어떻게해서 백만장자가 되었는지 관객에게 맞춰보라는 식으로 조용히 말을 거는 것으로 시작한다. 원작에서는 매우 서사적으로 묘사되고 전달하기 때문에 굳이 답을 언급하지는 않으나, 영화 역시 그 답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니 보일은 짖궂게도 그 답을 마지막에 참고하라는 식으로 알려준다. 이로써 이 영화가 끝날 때 쯤이 되면 관객의 마음은 알아서 누그러진다.

 이 작품은 원작과는 다르게 로맨스적인 요소가 담겨들어 비교적 이르게 스토리텔링의 극적인 부분의 문을 열게 만든다. 그 결말이 다소 고리타분하나 그 장면들만을 제외하면 영화는 전체적으로 매우 감성적이고 경쾌한 모습으로 광경 하나 하나를 삽입시켰다.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크게 찬사받는 이유는 원작의 틀을 절대로 벗어나지 않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존재한다. 작품은 다소 정신 없는 음악과 화면 편집 사이에서 인도 빈민가의 실제 모습을 강렬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비카스 스와루프가 말해주고자 하는 것처럼 이 영화는 실제 인도 세계의 복잡하고 힘든 모습을 사색없이 표현하는데 취지를 둔다. 거기에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전용(轉用)되면서 기승전결을 깔끔하게 유지시킨다. 이 것은 수 천번 두드려도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나무와도 같다.
 이 영화는 원작의 길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두 시간만에 압축시켜 보여준다. 책만큼의 호기심과 중독성을 따라가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책에서 보여주는 재미있는 비화들을 없애고도 영화적인 재미를 독창적이고 기발하게 선사하는데 있어서는 절대로 부족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시선을 떼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배경 설정인데 어마어마한 금액이 걸린 퀴즈 그리고 인도이다. 인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쉽지가 않다. 롤랑 조페의 <시티 오브 조이>도 이 영화만큼 인도 자체의 무서운 모습, 어디선가 존재하는 세계의 혹독한 삶을 보여주는 것은 뛰어났으나 스토리의 짜임새나 당김이 여간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경우는 드라매틱한 구성 요소가 훌륭할 정도로 짜여져 있다. 일단 이야기는 정답부터 시작한다. 원작처럼 과거의 이야기로써 매우 빠른 속도로 전개되며 말릭이 답을 맞추게된 이유 등을 설명한다. 이 전개 속도 역시 소설에 뒤지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사람들은 돈에 대한 무수한 망상에 사로 잡혀있음을 말한다. 돈에 대한 욕망이 시간을 보상시켜준다기에는 너무나도 큰 공간이 남는다. 자말의 형인 살림이 그런 행동을 한 결과 역시 그렇고, 사람이 어떻게 바뀌나 이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가에 대해서 주요 사건 외곽에서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헌데 소설이 원작인 영화를 많이 접한 사람들은 알듯이 이미 소설만큼의 수확이 있을거라는 믿음 덕에 많은 기대가 부풀어지기 마련이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소설만큼 재미있지는 아니하나 영화적인 사상만 충분하다면 여타 다른 비슷한 작품보다도 훌륭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