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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 (Shaun of the Dead, 2004)

 깔끔하고 구성진 영화 감독의 작품을 보면 너무나도 뛰어나고 작품성이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때론 부담스럽거나 영화라는 컨텐츠가 무서울 정도로 느껴진다. 나에게 있어 그러한 감독 중 하나가 바로 에드가 라이트였다. 그는 영화를 너무나 사랑한다. 겉보이기에도 그는 타란티노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열정이 남부럽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가장 그의 무서운 점은, 그가 젊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누구나 보기에도 <새벽의 저주>를 패러디 한 것 처럼 보이지만, <시체들의 새벽>을 패러디 한 것이다. 좀비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이 것은 딱 오해 부르기 좋은 제목이라는 것을 안다. 흔히 좀비 영화의 창시자는 조지 A. 로메로로 알려져 있고, 이는 거의 사실이 되어져버렸다. 그는 아니라고 하지만 일단 그는 전설적인 좀비 영화의 아버지이다. 그가 감독한 영화들의 제목은 시체들의- 으로 "-of Dead"이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을 시작으로 <시체들의 새벽>을 거쳐 <시체들의 날>이 그의 전설적인 3부작이다. 그 중 <시체들의 새벽>이 패러디 한 영화가 이 영화이며 또한 비슷한 시기에 <새벽의 저주>가 등장하였다. 보통은, 세계적으로 <28일 후>와 <28주 후>로 인해 기어다니는 좀비를 더욱 화끈하게 바꿔 다시 좀비 영화의 붐을 일으켰지만 유독 <새벽의 저주>가 우리 나라에서 큰 붐 일으켰다는 이유로 영화의 제목을 분명히 제목이 <숀 오브 데드>에서 <새벽의 저주>처럼 친숙한 <새벽의 황당한 저주>로 나와버렸다. 뭐 여담이지만 우리 나라에서 <시체들의 새벽>이 무참히 잘린 상태로 비디오로 등장했을 시절에 그 영화의 제목은 <이블 헌터>였다. 이 색다른 이름의 영화들은 이름으로서 생소감을 덜하게 해줘야 했다. 뭐, 당시에는 너무 잔인한 영화 제목 덕분에 TV시리즈 같은 유치한 제목이 되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영화는 <시체들의 새벽>의 패러디라고 하기엔 오마쥬가 뛰어난데, 영화는 내내 에드가 라이트의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에드가 라이트의 <뜨거운 녀석들>은 특히 그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애착이 강조되는 그야 말로 '끝내주는 작품'이었다. 반대로 이 영화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코믹한 좀비 영화에 불과하지만 불편할 정도로 영화에 숨겨진 내용이 많다.
 모든 좀비 영화는 공포감을 주는게 분명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좀비 영화의 다른 면을 꼬집어버렸는데 예를 들어 새벽에 불 꺼진 도로 가운데 비틀 거리며 서 있는 시체를 보고서는 주인공인 숀과 에드는 함께 비트박스를 부르면서 좀비의 괴성과 이쁜 앙상블을 보여준다. 다음 날에도 집 앞마당까지 쳐들어온 좀비를 보고선, "이런, 완전히 취했군"이라며 좀비들의 재롱 잔치를 펼쳐주기 까지한다. 좀비 사건이 터지는 날에도 주인공은 아무 것도 모른 상태로 똑같은 하루가 시작하면서 아침에 일어나 음료를 사러 근처 슈퍼에 간다. 냉장고 유리에 피가 묻어도, 바닥에 묻은 피를 밟고 미끄러져도 별 신경 쓰지 않는 영화 주인공이 아닌 듯한 일반인의 멍청한 하루를 보여주곤 한다. 이처럼 영화는 그 이전까지 등장한 비슷한 종류의 영화가 보여주는 멍청한 인식을 꺠뜨려주곤 한다. 
 영화는 영국식 코미디가 매력적으로 잘 베어있다. 에드가 라이트는 영국식 특성을 감미한 미국식 코미디를 만드려고 큰 노력을 하는데 이해하기 쉽지 않은 코미디 장면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만드려는 느낌이 든다. 코미디언은 사람을 웃기는 일이 있는데 만약 관객이 웃지 않으면 슬픈 것처럼 그는 그럼 심정을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영화는 사소한 곳에서 참된 재미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여자 친구에게 차인 주인공은 좀비 사건이 터지자 그녀를 구하려고 하지만 그 과정이 진지하면서도 상황 자체는 웃음이 가득하다. 에드가 라이트는 그 점을 아주 잘 활용한다. 그리고 특히 음악을 이용한 개그가 있는데 Queen의 Don't Stop Me Now의 리듬에 맞춰 좀비를 상큼하게 패대기치는 장면은 이미 유명하다. 이 것도 일종의 재탕 개그인데 숀이 여자친구에게 차인 날 술 집에서 쥬크 박스에는 Chicago의 if you Leave me now가 켜진다. 그리고 빵 터지는 한 마디들, "저 노래는 왜 나오는거야?" "랜덤이거든".
 에드가 라이트에게는 무서운 점이 있다. 그는 영화를 우습게 보는 듯해서 누군가가 보이게는 분명히 미친 사람 처럼 보이지만 분명히 그는 천재이다. 그가 좋아하는 영화의 재미를 적당히 빌리고, 그 영화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동시의 자신의 영화로 흡수시켜버린다. 언젠가는 다시 말하겠지만 <뜨거운 녀석들>에서만 봐도 그가 즐기는 숨겨진 내용들이 많다. 그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나 제작 스타일만 따지더라도 로드리게즈나 타란티노를 견줄만 하거나 어쩌면 그 이상의 손놀림을 보인다. 그를 보면 영화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느끼게 해준다. 다만 그 자신처럼 따라하기 힘들 조차 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게 바로 에드가 라이트다. "영화 만드는거 그거 별거 아니예요" 처럼 말하는 듯 하지만 "넌 절대로 못 따라할 걸"이라고 말하는 것 같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