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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건 크레이지 (Gun Crazy, 1950)


 총이 남성을 상징하는 강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 나는 이 점을 간과한다. 이 영화에서는 남자만 총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시작은 비 오는 날 총에 대한 집착으로 총포상 쇼윈도에 진열된 총들을 도둑질하려는 한 소년이 어른이 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이 남자는 바트라는 이름으로 총에 대한 집착을 벗어나지 못한 결과로 4년 동안 소년원에서 교육까지 받는다. 어린 시절은 총과 함께 했으며 이미 모르는 사이에 총의 대가가

 되었을 정도이다. 총을 쏘는 것만으로도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는 바트지만 그는 사람을 향해 쏘지 못할 정도로 심성이 약하다. 어느 날 오래간만에 재회한 바트와 친구들은 함께 시내 축제 구경을 가서 여자 명사수 로리를 만나게 된다. 바트와 로리의 가장 큰 공통점은 여기서 발견된다. 둘은 총이 없으면 살 수 없다. 그리고 두 사람은 백발백중의 명사수다. 이 공통점이 서로에게 교감을 일으킨다. 문제는 둘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로리는 바트에 비해 상당히 대담하고 거칠다. 둘은 총을 잘 만지기 때문에 차를 빼앗고, 강도짓을 한다. 현실적으로 말해 총을 바트보다는 잘 이용할 줄 안다고 해야할까. 영화는 공통점에서 시작한 사랑이 중간에 차이점으로 인해 큰 갈등을 겪게 된다. 바트는 항상 죄의식을 느끼지만 로리를 사랑하는 탓에, 상습적인 강도짓을 감행한다. 총과 사랑이 사람을 바꾸게된다. 총에 대한 집착을 가진 두 선남선녀가 겪는 사건은 뒤도 보지 못하게 된다. 남자만의 무기라고 인식되는 총을 여자가 가졌을 때 우려되는 인식은 영화 속에서 처절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카메라는 인물의 표정과 심정에 초점을 다해 성격을 일관시켜주도록 노력한다. 바트와 로리가 함께 강도짓을 하는 것은 웬만해서 생략하지만 중간에 한 번 오랫동안 카메라가 놓치지 않고 보여주는 원숏이 존재한다. 이 때가 영화에서 상당히 긴장을 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과감한 로리의 행동은 총에 대한 광기를 설명해준다. 영화는  막판에 보여줄 것 이라 예상했던 바트의 어린 추억을 회상시키지 않는다. 다만 바트의 친구들이 고립된 그들에게 다가 올때에 분명히 그는 로리에 대한 사랑과 자신이 땀흘리며 쥐고 있는 총에 대한 쾌감의 추억을 생각했을 것이다. 이 모든 심정이 영상 속에 투사되었으면 정말 슬픈 영화가 되었을 수도. 어쨌든 결말만이 충격을 주긴 했다. 남성적인 판타지의 쾌감을 누아르로 보여주지만 영화 속에 여자까지 개입된 것을 보면 다소 비꼬는듯한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