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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As Good As It Gets, 1997)

  나는 간혹 코미디 영화만의 기가 막힌 상황 설정만으로라도 감탄을 보낸다. 그리고 나는 모든 영화 속에서 상황은 인물을 말해주고, 인물의 행동에는 반응이 있으며, 반응이 있기에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법칙을 믿는다. 가끔은 이야기라고 하기엔 어떠한 충족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코미디'라는 장르는 상황 자체가 특이하기에 마련이고 그래야지 사람들에게 쉬운 몰입감과 감동을 주기에는 좋기 때문이다.
  한 지긋지긋한 결벽증을 가진 어느 로맨틱 작가의 이야기인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심슨 가족> 시리즈의 각본가이자 제작자인 제임스 L. 브룩스의 4번째 감독작이다. 그는 이미 3번의 작품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의 입지를 다졌는데 이 영화에서는 특히 잭 니콜슨의 뛰어난 연기력 덕에도 여러모로 인정을 받은 작품이 되었다고 한다.

 잭 니콜슨은 감정 표현이나 언어적인 감정에 있어 매우 섬세한 직업인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지만 그에게는 대인관계마저 무너뜨리는 강력한 결벽증을 앓고 있다는 설정이 존재한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 맬빈은 환경에 매우 민감하다. 꼭 문은 다섯번을 확인해야하고, 자동차 핸들을 잡기 위해서는 장갑을 착용해야하며, 심지어 식당에서는 항상 같은 자리에서, 일회용 숟가락과 포크를 가져가야 그에게는 안전하다. 혹시나 그가 생활하는데 있어 어떤 것이라도 부재하고 다른 것이 존재한다면 그에게는 인생상 최악의 기분을 겪어야만 한다. 영화는 이런 사회성이 부족한 남자에 대한 여러 직업과 또 다른 개인적인 특징을 가진 사람들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피차 일반이겠거니 하지만 이 영화가 이토록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전개 구성에 대해 큰 영향을 파고 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작가로 시작한 잭 니콜슨의 연기하는 작가의 섬세함을 표현해서인지, 그가 항상 연기를 할 때마다 교감을 하고 싶다는 것은 감출 수가 없다. 게다가 괴상하게도 이 험상궃게 생긴 아저씨는 어쩌면 그 자신의 연기로써 모두에게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엄청난 힘이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 그는 각 장면에 대해 심히 고민을 하는 배우이며, 인물을 자신과 결합시키기에 만들기 위한 대사의 창조력은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 멋진 의무이다. 한 번 그는 흘러가는 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열쇠구멍으로 빠져나가는 연기".

 실제로 어떤 우연의 연속은 한 개인에 대한 지겨운 감정 또는 그로 인한 편견을 깨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제임스 L. 브룩스는 이 난감하고 복잡할 만한 사람 관계 영화를 매우 재미있게 끌고 나가는 재능을 선보인다. 영화는 앙증맞게도 마지막이 되어서도 귀엽고 따뜻한 감정을 물씬 일으킨다. 빵을 먹고 싶나요? 네. 그럼 들어갑시다. 남자에게는 어색해보일 뻔한 상황 속에서 여자의 손을 놓치 않고 빵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영화는 이 둘 대신에 말해준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