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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디파티드 (The Departed, 2006)

 마틴 스콜세지는 <무간도> 시리즈의 잠잠하고 날카로운 홍콩 느와르의 성분을 일체 빌리지 않고 <디파티드>라는 이름의 자신의 영화로 완벽하게 재창조하였다. <좋은 친구들>, <비열한 거리>등 그의 역대 작품에서 보았듯이 그가 보여주는 성질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의 전통은 <무간도>의 마틴 스콜세지가 아닌, 마틴 스콜세지의 <디파티드>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이 것은 언제나 그랬듯 당연한 화학 성분이다.
  <무간도>가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일련의 쇼트들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무간도>가 풍기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생각나는데, 그것은 복잡하게 말하자면 강렬한 미로같고, 단순하게는 재미있는 퍼즐이라는 증언이다. 어쨌든 <디파티드>이야기로 넘어가자면 이 영화는 원작의 복잡한 갈림길들을 한대로 이어버려 박살내버리는 영화라고나 할까.
 <디파티드>는 <무간도>와는 달리 전개 속도가 매우 빠르고 미국 경찰과 갱 사이의 말장난과 말싸움들이 두드러지다. 마틴 스콜세지는 여전히 총은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겼을 때 공이치기는 없는 것 같은 것같이, 총알이 살갗을 깊숙히 뚫어버리는 것을 과감하고 순간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이런 표현들은 더 이상 거론할 필요 없이 <디파티드>에서 역시 환상적으로 보여준다.
 가장 어려웠던 사실은 <무간도>시리즈의 명성은 세계를 통해 폭발적인 지지를 얻어진 상태였고 이 작품을 어떻게 유연하게 구사할 것인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결과는 비평에서는 물론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수상하는 영광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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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그 짜임새가 매우 중요하고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지긋지긋할 정도로 머리를 굴려야 할텐데 어쩌면 <무간도>와 <디파티드>는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단순하지만 해쳐나가야 하는 인물의 입장에서는 피곤할 정도로 복잡했을 것이다. 인물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배설을 하기 위해 굳이 입모양을 감출 때는 감추고 폭발시킬 때는 폭발시키자니 얼마나 상황과 손발이 맞아야할지 관건이다.
 간결하고 단순한 내용 전개의 <디파티드>는 요즘 영화 치고 만만치 않는 러닝 타임에 비해 스트레스가 전혀 쌓이지 않는다.  게다가 배경 음악과 함께 쏟아지는 미국식 말장난과 다툼은 오히려 더 생동감이 넘친다. 마틴 스콜세지는 이 모든 장면 사이로 배우의 심리와 결정, 행동까지 블록을 잘 조합시켰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엄청난 인기를 지니고 있는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를 투자했다는 점에서 존재한다. 캐릭터의 행동이 어땠건간에 잭 니콜슨과 맷 데이먼 그리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절대적인 욕심의 배우적 감각이 비린내 날 정도로 느껴진다.
 특별히 잭 니콜슨에 대해 여담을 하자면 원래 작가 출신인 그는 작가의 입장에서 영화 속 자신이 맡은 인물을 궤뚫어보는 능력이 있다고 하기에 귀신같은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어느 작품에서도 그렇지만 이 악랄하고 뚱뚱한 노인은 빈틈이 없는 악당이었다. 그 와중에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며 애드리브를 시도하는 뻔뻔한 모습은 가히 빵 위에 발라진 잼같은 존재.
 이 영화에서 가장 두근거리게 만드는 하이라이트는 빌리 코스티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콜린 설리반 (맷 데이먼), 그리고 예상치 못한 디그넘 형사 (마크 월버그)가 더 이상 주체 없이 흘러간 모든 사건의 종착지에서 더 이상 결단력 없어하는 행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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