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천장지구 (天若有情, 1990)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유덕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리 합당하지 못하다. 유덕화가 나오는 영화는 별로 본 적도 없고 그냥 단지 몇 편의 영화 덕분에 그를 멋지게 느끼는 것 뿐이다. 몇 작품은 안되지만 그 중 두 작품인 무간도와 천장지구였는데 무간도는 우연히 학교에서 본 기억이 있었고 천장지구는 가족들이 추천해서 보게 된 영화이다.
 사실 유덕화의 연기 캐릭터를 너무 심각하게 소화하다보니 다소 유치하기까지 하기도 했다. 특히 천장지구는 나름대로 두 사람간의 인연이 심각하다는 수준까지 이르게되지만 의외로 유치한 구석이 많이 남아있다. 유덕화가 2000년 이후에 나오는 영화들은 시대극이나 무협극이 특히 많은데 항상 그가 연기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면 유난히 심각하다는 느낌이 크다. 거기다가 기가막히게도 점점 관객들은 홍콩의 블록버스터가 잘못된 것을 확신하고 외면하고 있으니 그의 명성도 점점 시들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혹은 '그 혼자만'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거나.
 이 영화의 감독 진목승은 지금도 유명하다. 최근에도 그는 <B.B 프로젝트>나 <뉴 폴리스스토리>등등.. 홍콩 영화 제작에 있어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고 <천장지구>역시 잘 만든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이 때만해도 동양 영화들의 초반 장면들은 배우들의 멋진 모습을 유도하듯 캐릭터를 조명하기 시작하는데 천장지구도 특히 그랬다. 아, 저 사람이 주인공이구나 싶을 정도로 오토바이 헬멧을 착용하고 거침없이 질주하는 아화(유덕화)의 모습이 시선을 주목시킨다. 혹은 한정적으로 진목승 감독의 영화에서도 폭발 씬으로 시작하는 작품이 꽤 있었는데 이 영화도 그러하며 어떤 사람들은 설명으로는 감독의 경향을 비추어 봤을 때 그런 오프닝이 멀다고는 했다. 뭐 이런 모습을 보고 홍콩 영화의 팬들이라면 별로 생각없이 지켜보겠지만 요즘 관객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옛날 영화답다고는 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항상 영화를 보기 전에는 시놉시스가 궁금해 웹을 통해 들춰보기도 하는데 최근 영화들을 보면 온통 시놉시스라는 것이 상업적인 수준에 영향을 받아 최대한 관객들에게 흥미를 유도시키도록 노력시키는 요소가 꽤 있어서 가끔은 의심을 하고 보거나 아예 시놉시스를 보지도 않고 스틸이나 예고편만 보고 갈 때도 있다. 그러나 옛날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면 나름대로 지금 영화 못지 않게 관람 충동을 자극시킨다. 오히려 옛날 작품은 손이 더 닿지 않을 때도 있기 마련이라 시놉시스를 숙지하고 볼 필요도 느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영화가 의외로 중간 중간에 싸인이 잘 맞지 않은 부분이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장면에는 '한번 때려보시지!'라고 말을 하자 상대 배우는 그 말을 하기 전의 행동을 말을 하고 나서 하게 된다. 막상 다시 보게 되었을 땐 오히려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의외의 모순 때문에 꽤 눈이 팔릴 때도 있어 이는 막상 상황의 진지한 분위기가 별 신경도 못쓰게 만들어준다. 음악이 흐르면서 진지한 장면이 주를 이루니까 영화에 꽤 몰입을 할 수도 있었는데 충격적인 장면은 크게 기억에 남아있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볼만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인 유덕화의 폼나는 매력에 빠지는 한편 착하디 착한 여자 주인공의 모습도 꽤 인상 깊었다. 애착이 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자신을 아껴준 진정한 사람을 찾았다고 느껴 끝까지 도망치는 그를 배까지 타고 찾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오히려 가엽기까지 한지 모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영화는 로맨스와 액션 이라는 장르가 섞여 이 두 선남선녀의 사랑 이야기 외에도 오맹달의 코믹한 연기력과 유덕화의 진정한 액션씬이 꽤 돋보인다. 오맹달의 방정맞은 코믹 연기가 분위기를 어느 정도 위축시켜 주는데 막상 이 오도방정 캐릭터가 후반부에는 아화를 파국의 장면까지 들어가게 하는데 꽤 큰 사건을 일으킨다. 그의 생각과 행동이 아화를 위한 열정이었지만 오히려 '오맹달은 왜저러냐'고 할 정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막상 그가 없으면 꼭 허전한 느낌도 들겠고 하루 종일 집중되는 그 진지한 소리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 수도 있었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쩐지 보면 이 작품은 추억이 되었을 때 사람들이 애착을 가질만한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미래로 갈수록 한 두번 볼만한 영화라고 기억이 될 걱정이 있다. 뭐 한번 보더라도 아주 나중에 다시 보면 감회가 새롭긴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