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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키스 키스 뱅뱅 (Kiss Kiss, Bang Bang,2005)

  <리썰 웨폰> 시리즈 중 1편부터 3편과 <마지막 보이스카웃>의 각본가인 쉐인 블랙의 영화  <키스 키스 뱅뱅>은 그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그가 작업한 수 많은 히트작이 다양하지만 왠지 이 영화는 잘 알려지지 않아 있다. 실제로 상업적으로 이 영화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지 못할 것이었는지 개봉 계획도 없었는 것 같았고 몇 년 이후 가끔씩 캐이블에서 방영될 정도였던 것 같다. <키스 키스 뱅뱅>은 주인공에 대한 설명은 어릴 때의 기억이 전부며 그에 관한 설명은 영화 내용과 별 관련도 없다. 주변 인물들 역시 성격이나 게이라는 등 특정 부위만 꼬집는 말만 하고 관객에게 그들이 스토리에서 집착하는 '그 어떤 것'을 분산시키는 것 같은 기분이다. 어쨌든, 쉐인 블랙은 특히 이 영화에서 블랙 코미디나 우연을 가장한 엉터리 수법에 의한 조사를 연출하여 더욱 황당하게 하며 재미를 준다.  

 영화의 주인공은 머저리같은 좀도둑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는 평소처럼 도둑질을 하다 경찰에게 걸려 쫓기다 우연히 어느 연기 오디션장으로 숨어들어가 위기를 모면하게되고 우연히 배우로 발탁하게된다. 이 어이없는 일로 그는 파티에 참석하게 되고 영화의 시작에서 등장한 첫 사랑을 만나게 되는 동시에 살인사건에 휘말려 비밀을 파헤쳐낸다.

 이 작품을 보다보면 매 사건의 순간은 우연으로 꾸며지는 것을 알게된다. 관객이 이 공통점을 뒤늦게 눈치챌 때 쯤 이 사건은 전부 우연을 가장한 '무언가'를 암시하게된다. 나는 이 작품 속에서 이런 구성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항상 형사물이나 추리물에는 꼬인 매듭을 푸는 방식의 연속이 아니고, 그 매듭이 어떻게 꼬였는가를 알게된다. 일본 만화책처럼 '알고보니 피의자 역시 또다른 피해자'처럼 유치한 내용이 아니다. 지극히 미국적인 방식이다.

  영화 포스터가 해당 작품 설명하는데 대표성을 띄고 있는 것이 사실이듯 정말 나는 처음에 이 영화에 대해서는 아주 나중에서야 재미있고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8,90년대는 형사물의 전형적인 방식과 액션의 조합에서 수 많은 히트작들이 성행을 했다. B필름에서도 이 장르는 크게 각광 받았으며 무엇보다도 시리즈를 이끌어내기에도 편했다. 쉐인 블랙은 이미 <리썰 웨폰> 시리즈와 <마지막 보이스카웃>의 각본을 통해 그만의 스타일을 창출했다고 평가됐는데, 그가 직접 감독을 맡기 시작한 이 영화에서는 전개만으로도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했다. 대화형으로 인해 각본이 많았던 것보다 <키스 키스 뱅뱅>은 나레이션이 주를 이루며 주인공이 직접 심정까지 전달하면서 관객과 이 영화의 거리를 매우 가깝게 느껴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빠른 전개와 대화와 그리고 반응이 합해져 과식을 요구했기도 해서 정신이 없기도.

 이 작품은 매우 깔끔하고 스타일리쉬하게 끝난다. 옆으로 크게 새지도 않고, 각본은 결말부터 정해 놓은 것 처럼 상당히 적절하다. 미국의 기존의 누아르 스릴러 물의 진부한 방식을 비판하면서 새롭고 재미있게 만들었다. 주인공은 능력 없는 얼간이로 나오며 실제로 그가 사건 속에서 우연에 의한 발견과 만남에 의지한다. <키스 키스 뱅뱅>이 기존 비슷한 작품들을 환상적으로 뿌리치는 정도의 충격이나 화끈한 액션은 존재하지 않지만 이전보다는 유머러스한 연출들이 자주 등장하며 시대에 맞게 카메라의 시점이나 방식은 훨씬 큰 몰입도를 발휘한다.

 이 작품이 쉐인 블랙의 감독 데뷔작으로 그의 팬들 (최소한 리썰 웨폰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충분히 기대할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후에 평가되지만 사실 실제로는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되었다. 항상 영화 매니아가 아닌 수준에서는 각본가와 각색가는 아웃 오브 안중이라는 것이고 이는 아무리 감독 이름을 광고해봐야 '그 사람이 누구야? 보고 싶지 않아'라며 외면할테고, 그 당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겨우 재기 중일 뿐이었고, 발 킬머 또한 연기력을 훌륭했지만 출연한 영화에 비해 성공작이 크게는 없어 그가 나온다고 해서 뭐라 말하기는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이 제작사 측에서는 이 영화가 흥행하지 못할거라 비추었기 때문에 마이너 수준의 제작 지원을 했으며 역시 영화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쉐인 블랙은 소식을 가져오지 않고 있으며, 후에 <아이언 맨 3>와 관련해 다양한 소문들이 나오고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결국 쉐인 블랙은 <아이언 맨 3>로 메가폰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