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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Things We Lost In The Fire,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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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내 가장 최고의 친구가 내가 얹혀 살고 있는 집에 방문했다. 내 생일이었다. 나를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한 사람, 브라이언 뿐이었다. 브라이언의 눈빛은 나에 대한 오직 연민이 느껴짐에 불구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에 대해 한심함이 느껴졌을 것이다. 식료품을 사준 브라이언은 진심으로 매년 돌아오는 내 빌어먹을 생일을 축하한다며, 무거운 마음을 짊어진 채 돌아간다. 다음 날, 브라이언의 부인의 오빠인 닐이 나를 방문했다.

 '브라이언이 죽었어요'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의 시작은 이 장면으로부터 시작이 되지 않는다. 고요하고 늦은 밤, 브라이언은 수영장에 비춰지는 물빛을 보며 신기해하는 아들에게 '이건 형광이야. 안에서 빛나는 거지.' 라고 설명해주면서 비선형의 구조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브라이언(데이비드 듀코브니)은 사랑스러운 가족도 있고, 남부러울 것없는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초반에는 브라이언의 움직임이 더욱 더 많이 드러난다. 그의 생각이나, 대화 등 모든 것들이 그가 누구인지는 물론, 그의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는지까지 보여줄수 있다. 그러나 그 것은 잠시 동안이었다. 그리고 그는 억울하게 휘말린 사건 때문에 대신 죽음을 맞이하게된다. 남은 사람은 아들과 딸, 그리고 부인인 오드리 (할리 베리)이다. 싸늘하면서도 급한 장례식 당일, 오드리는 자신이 평소에는 좋아하지 않던 '마약 중독자 친구' 제리(베네치오 델 토로)를 부르게된다. 앞서 말한 것 처럼 제리의 모습은 매우 엉망진창이었다. 잠깐 동안만 이야기하자. 아니, 영화 내에서는 길진 않지만 오드리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세상의 낙오자, 패배자, 도피자로 불리는 마약 중독자들이 한심해보이는 오드리의 모습. 다행히도, 이 영화 속에서는 우리가 마약중독자들을 혐오하는 것을 빗댄 것같지는 않아보인다. 제리와 브라이언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오랜 친구이지만 오드리는 제리가 중독자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얹혀 산다거나, 브라이언에게 도움을 요청할 거짓부렁이가 입 밖으로 나올 것이 이미 낙인시킨 모습을 보인다. 브라이언이 죽은 이후로는 오드리는 웃음과 행복을 찾기가 더욱 힘들어진 것을 느끼면서, 제리를 조금은 이해해 봄과 동시에 브라이언을 가장 잘 알고 친한 친구였기에 그를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 이 이야기는 제리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제리는 약물을 몇 번씩 끊는데 시도했다. 브라이언이 죽은 것으로도 큰 상처를 받은 동기가 된 바람에 절대 가까히 않겠다고 자기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또 다시 실패하고 만다. 실패는 다시 도전으로 이어지고 제리는 중독자들을 위한 회복 요양소에서 보금자리를 대신 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이어폰에는 음악이 쏟아져 나오고, 불안감 혹은 지루함을 벗어나려는 목적으로 잡역부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오드리가 제리를 찾아왔다.
함께 살자고.
 다시 오드리가 제리를 찾았던 외면적인 이유는 가장이 없는 집안은 물론이지만 자신이 불면증에 시달리기 때문에, 브라리언처럼 자신이 편히 자기 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나쁘게 바라보면, 그렇지만 좋게 바라보자면 평생 낙오자로 살아가는 제리가 안타까워서랄까. 그러면서 죽은 친구를 대신하여 자리를 지켜주는 제리와, 슬픔을 벗어나려는 오드리의 갈등이 시작된다.

 <우리가 볼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은 세상 어딘가에서 겪을 법한 사람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문제는 항상 바쁘게 살아가면서 느낀 죽음에 대한 무감각함에 대한 슬픔이 간접적인 충격을 통해 얻어지는 것인데, 그 충격은 너무 아프고 쓰라리다. 항상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을 맞이했을 때 시간에게 몸과 마음을 맡기지만 오드리의 입장에서 보면 그 일은 너무나 버겁다. 이 영화는 두 가지의 입장이 되어볼 수있다. 제리와 오드리의 입장인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제리의 입장에 심취하게 될 것이다. 제리의 입장에서 보면 친구의 죽음인데 그 망할 자신에 대한 아무도 찾아오지도 않을 것 같던 친구 녀석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뿐이었다. 제리의 쉰 목소리를 절대절망적인 색이 담겨있지만, 그의 행동을 보게 된다면 그가 얼마나 희망찬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단지 목소리는 닳고 그는 아직도 숨쉬기 때문이다. 항상 비극 속에 달리는 주인공의 얼굴을 다루는 야속한 영화, 그리고 현실들이 있지만, 이 영화를 본다면 아직은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