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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드 캔디 (Hard Candy,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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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복수극에는 그 만한 이유와 동기가 있다. 혹은 그렇지 않기도 한 경우가 있기도 하다. 하드 캔디는 독특하게도 한 머리 짧은 소녀가 간접적인 영향을 통해 그 작은 사소함에서 가해자가 인정해주길 바라는 복수심으로 가득해지길 바라는 심정으로 복수를 시작한다.
 나는 여러 영화들을 수 차례를 반복해 본다. 반복을 거쳐 내가 기억나는 부분이 어느 순간과 연관이 되면 그 장면에 대해 가끔씩 꺼내면서 사람들에게 영화를 추천한다. 사실 추천한다기보다는 영화를 소개해주는데 드물게도 나는 이 영화를 추천은 커녕 소개시켜주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쓸모없고 재미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소개를 받아 보기에는 다소 찝찝하고 그리 충격적이거나 재미있지는 않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12~14세의 어린 소녀들을 지칭하여 일컫는 용어인 '하드 캔디'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누구인지 밝혀내는 과정에서 흥미가 생기는 영화였다. 의외로 긴 시간이 흐르면서까지 자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제프의 표정과 말투는 오히려 관객들을 믿게 만들 정도로 완벽해보인다. 사실은 이 영화 속에는 제프가 어떤 짓을 했는지는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등장하는 장면은 제프가 헤일리가 만남을 통해 서로의 개인적인 음악적 취향이라든가 좋아하는 것들을 거쳐 헤일리가 제프를 응징하는 장면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혼란스럽기도 하고 때때로는 영화가 지루하기도 하다. 게다가 충격적인 장면은 매우 절제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자막만 읽기 바쁘다. 이 영화를 처음 보면 할 말이 없고, 두 번째 보게 된 순간 이 영화 자체만의 재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엘렌 페이지를 상당히 주목하고 있다. 뭐 그리 예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못 생기지도 않은 외모지만 엘렌 페이지가 출연하는 영화 몇 편을 보면서 연기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고 사람이 연기를 통해 얼마나 아름다워질수 있는지 다시 보게 되었다. 어쨌든 이 영화에서는 키 작고 어린 소녀인 헤일리의 치밀한 작전이 인상적이고 나홀로 집에 처럼 우스꽝스럽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만, 그 어떤 스릴러 장르 중에서도 충격적이지 않을 정도로 절제된 이야기 때문에 나에게는 크게 감정의 반응을 주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