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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캐쉬백 (Cashback, 2006)

 겪어보지도 못한 많은 일인데도 왜 유독 영화 속에서만 사랑할수 있을까.


 캐쉬백의 주제는 사랑이다. 영화 속 장면을 통해 배우는 사랑이지만 아직도 나는 사랑에 대해 잘 모르고 믿지 않는다. 미니 홈피에서 말하는 싸구려 이야기(글을 쓴 본인에게는 값진 한마디겠지만)를 믿지도 않고 그런 글을 왜 쓰는지 하는 멍청하다고 여기는 한 사람인지라, 더욱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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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진정한 사랑을 하기 이전까지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부끄러워 하는 사람도 많다. 다만 가령, '나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라든지,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혹은 '사랑은 어디있을까?'라는 질문을 수차례 던질 때, 오래동안 고민은 한다.
 빗대어서 말하자면 '유령의 존재에 대해 믿으세요?' 라는 질문에 응답을 하는 것은 100% 자신의 생각이지만 나의 경우는 '있다' 혹은 '없다'의 답을 찾으려는 문제만 쫓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보면 확실히 있다'라고 대답을 하는데 이것과는 달리 '사랑'에 대한 질문은 답을 내리기 어려운 것 같다. 왜 그럴까? 아직 사랑을 해본 적이없어서 그런걸까?
 영화 캐쉬백에서의 주인공 벤의 이야기를 통해 어느 정도 모범 답안을 제시해준다. 다만 내 경우와는 다르게도 벤은 이별 후 헤어진 여자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약간의 짙은 농도의 애착감 때문에 몇 주째 불면증을 앓고 있는 남자다. 수면을 하지 못해 생긴 8시간은 그에게있어 상당히 괴로운 시간이었다. 시간에 대한 모두의 공통점은, 시간은 소중하다는건데 반면 벤에게 있어 그 8시간은 그녀를 더 생각나도록 해주는 괴로운 시간이었다. 헤어진 벤의 그녀는 첫 여자였다. 그래서 더욱 생각도 나고 배신감마저 드는 기분은 헤어진 순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벤의 사랑이 막상 과거에 함께 미소지으며 찍은 사진과 선물들과 사랑이 솔직하고 담백하고 진정한 사랑이 아닌, 조크에 불과했다고 느낀 것이다.
 벤이 불면증을 앓은지 꽤 오랜시간이 흘렀을 때 쯔음에 벤은 자신의 시간을 잊어버리는데 무엇이든지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공교롭게도 우리 모두의 공통점은 일을 할때는 시간이 적이다. 벤도 마찬가지로 시간을 어떻게든 보내기 위해서 여러 행동에 움직인다. 우연히 엎어진 재고들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자신의 본업인 그림 작품에 대해 구상하거나, 주변 동료직원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구경도 한다. 화가 지망생으로서 누구보다 더욱 섬세한 관찰을 하는 벤에게는 그런 행동들을 통해 자신의 시간이 조금은 빠르게 흐르는 것을 느낀다.
 인위적으로 벌어진 시간의 탄력성을 극복하기 위해 한번 더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빠르게 지나가게 할 수 있을까?' 역설적이게도, 그는 반대의 상상을 한다. 시간을 멈춘다고 상상하는 것이었다. 그 멈춘 시간동안 한정된 범위 내에서 그가 하지 못했던 여러 행동들을 실현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다. 어느샌가 동료 직원인 샤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새로운 애정으로서 결국 벤의 불면증은 치료된다.

"여분의 8시간은, 시간의 효력을 늦추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매 분이 흘러 1시간이 되고 시간으 흘러 하루하루가 되었고
그 날들은 빠르게 흐르는 시간의 강에 합류되었죠

 나쁜 소식은 시간이 빠르다는 것이고,
 좋은 소식은 여러분이 조종사라는 거에요"

 내가 처음 이 글에 손을 댈때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어떤 분들은 '캐쉬백이 사랑이야기구나'라고 할 것이다. 맞다. 캐쉬백은 사랑이야기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별을 시작으로 적이 되어버린 사랑과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시간마저 적이되어버리니, 영화 내내 지겹도록 사랑 이야기만 하는게 아니라 적이 되어버린 소중한 시간에 대해 생각도 한다. 그리고 시각을 통한 영상보다도 독백을 하는 주인공인 벤이 화가 지망생이기 때문에 조금 더 세세하고 관찰력있는 생각을 하는 것이었고 우리들도 더욱 흥미롭게 관심을 가지는게 아니었을까.
 나는 이 영화가 참 좋았다. 정작 누구나 할 수 있는 듣기 싫은 이야기로 마지막을 장식하지만 그 대답을 듣기 이전 까지의 눈에 보이는 영상은 마치 싱싱한 포도같았다. 나쁘게 생각하면 '감독이 영상과 소리를 통해 우리에게 최면을 걸었다'라며 감독을 꾸짖을수 있겠지만, 어디서나 보는 순정만화나 멜로 영화와는 달리 슬프지는 않으면서도 뭔가 새로운 기분을 주는 이야기.
  나는 꼭 사랑에 관한 영화를 고를 때는 꼭 실연 이후에 겪는 상처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집한다.게다가 이 주인공의 이야기는 사랑조차 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큰 자극이되어버린다. 감동을 시키는 한 마디가 있듯이 엔딩 스크릿이 나오기까지의 장면을 보면서 공감하고 다시금 배우지만 하루가 지나고 나면 다시 믿지 않게된다. 꼭 이런 경험을 겪으면서 느끼건데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은 마술사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렇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사귀는 것은 장난에 불과하는 사랑이고, 이별을 겪은 후에 겪은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헌데도 사랑이라를 단어를 입밖으로 잘만 튀어나오면서, 후에는 남에게 상처주고 똑같이 쉽게 '우리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정말 싫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 반영되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도 그런 사람처럼 될까하는 불안감 때문에 제대로 용기를 갖은적이 없는 것같다. 조금이라도 더 사람들이 때 안묻은 어린 아이처럼 순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