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인생 최고의 영화

괴물 (The Thing, 198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치명적인 질병이나 바이러스, 혹은 외계 생물체의 공격에 대해 인간은 언제나 무방비하며 해결 방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 밑에서, 실제로도 대처 방법 조차 없는 현실에 영화 감독들은 거기에 양념을 첨가한다. 예를 들어 서로를 못 믿게 한다는가, 아니면 어느 곳에도 못 도망치게 가둬버리는 방법이다. 이처럼 영화는 매우 한정되어있는 설정에 단순하게 그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작품은 가장 춥고 고립된 공간에서 사람을 잡아먹고 탈태하는 괴물을 만났을 때를 그린 존 카펜터의 영화로 추릴 수 있다.
  평소에 예기치 못한 문제를 직면했을 때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방법들을 생각한다. 해결 과정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라면 방법들은 매우 많다. 그러나 영화 감독들은 매정하게도, 곰곰히 생각할 때  나오는 수 많은 방법들을 관객들이 생각하지 못하게 상황을 더욱 극단적으로 만드는 악독한 존재다. 극단적이라는 이야기도 생각해보면 단 한가지의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결단내리지 못하는 수 많은 조건과 불합리한 이성들으로 하여금 인본적이지 못하거나 자가 보존의 특성을 지닌 이기적인 방법만을 유도한다. 존 카펜터의 <괴물>은 이런 문제를 충분히 반영한 작품이다. 외롭고 공포심을 유발시키는 차가운 공간인 남극, 게다가 최악의 기상 조건과 수신조차 되지 않는 통신 수단 마저 대원들의 발을 묶는 설정은 감독 존 카펜터가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꼼꼼히 보면서 '어떻게 살아 남느냐'의 의문은 별로 비중이 크지 않다. 어떻게 살아 남느냐가 아니라 누가 감염되었느냐가 우선적인 장면을 두고 있다. <괴물>의 외계인은 대상을 똑같이 복제하는 능력을 가졌다. 복제를 성공한 외계인은 우리가 늘 보는 개나 사람의 모습과 똑같이 위장을 한 상태이지만 그 속은 매우 징그러운 모습을 한다. 상처를 통한 시선 접촉을 하기 이전까지 상대방이 감염 됬는지 조차 알수 없는 상황이 결국 서로를 믿지 못하게까지 몰아버리고 이 영화의 해결사 R.J 맥레디 (커트 러셀)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의 맹신적인 방법은 나머지 대원들 조차 맥레디를 믿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그 어떤 행동에도 서로를 믿지 않고 혼란을 틈타는 사이에 외계인은 인간들을 공격한다.
 개인적으로는 <존 카펜터의 괴물>이 지금 보았을 때도 상당한 공포심을 유발하지만 그 초점은 '괴물이 등장하는 장면 속 공포'가 아니라 '고립된 상황 속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부분'에서 불안감이 공포감으로 돌변하는 카타르시스를 담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괴물이 무섭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82년작이었고 특수효과가 상당히 볼만하고 요즘 처럼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괴물의 모습보다 훨씬 와닿는다. 다른 10자 평을 보면 유치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당시에 작품이라고 하기엔 절대 유치하지 않은 작품이다. 고립과 신경전을 잘 볶아서 관객들까지 불안감속에 동요시키는 존 카펜터가 정말 무서울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