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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 (The Matrix. 1999)

 

 <매트릭스>가 처음 개봉되었을 때 나는 이 영화가 얼마나 혁신적인지 알 지 못했다. 다들 그렇지 않는가. 영화는 보면 볼수록 늘고, 어린 시절에 보았던 영화들은 단순히 재미 있으면 된다는 것. 확실한 것은 20년 가까히 지나서 다시 보게된 이 영화가 내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 보다는 확실히 더 재미있고 잘 만든 영화라는 것이다. 물론지금 보았을 때 다수의 슬로 모션과 몇 몇의 대사는 유치하지만 말이다.

 모두가 기억하는 이 영화의 액션 장면들은 그야 말로 제작의 혁신이었다. 강력한 폭발 씬이나 견 슈팅 액션은 필수적인 요소지만, 무엇보다 <매트릭스>는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SF의 장르의 놀라운 발상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동시대의 현실은 사실 가상세계였고 건물과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코드라는 것이다. 주인공인 네오는 낮에는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밤에는 해커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는 본능처럼 이끌리 듯 베일에 쌓인 인물 모피어스에 관심을 갖았으며 그와 관련된 다른 인물 '트리니티'가 먼저 그에게 찾아옴으로써 현실 세계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비밀을 알려주려 한다.


 1999년에 개봉한 <매트릭스>는 다른 디스토피아 배경의 영화처럼 비, 어두운 밤 같은 배경들이 많다. 하지만 어둡고 루즈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중간 중간 밝은 배경의 장면도 존재하며 이런 장면의 구성은 거북하지 않다. 그리고 SF라는 어려울 수도 있는 장르임에도 당시의 관심사인 밀레니엄 버그나, 테크노 뮤직과 신종 마약, 독특한 패션과 같은 동시대의 이슈 등을 배경적으로 잘 이용하여, 당시에는 친숙하고, 지금은 과거의 어느 변동기를 볼 수 있는 충분한 흥미 요소가 될 수 있다.

 

 대중들은 보통 SF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부류가 많은 것 같다. 이해하기 어렵고, 편하지 않으며 너무 어둡기 때문이다. 물론 매트릭스는 액션 영화의 성격이 짙다고 여겨지지만 스토리의 구성과 시나리오는 훨씬 더 촘촘하고 똑똑하다. 또한 견슈팅 액션은 지금 보았을 때 유치해보이지만 그 속도가 느리지 않고 액션에서는 특히 단순히 총만 쏘는 것이 아닌, 쿵푸와 같은 동양 무술에 영감을 받은 오리엔탈리즘이 잘 묻어나와있다. 이 부분은 서양에서 가장 관심있어하는 부분인데, 이미 서양인들은 영화 속에서 총을 들이대고 쏴대는 액션 영화를 오랜시간 봐왔으며, 그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동양 무술 영화에 대한 가치와 관심사가 컸는데, 이 영화는 그 성질을 아주 잘 넣었다. 그리고 미국 액션 영화들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많이 변화하고 있었던 것 같다. 요즘에는 <존 윅> 시리즈, <테이큰> 같은 영화에서 동양 무술에 영감을 얻은 듯한 액션이 곳곳에 들어가있고 심지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시빌 워>의 감독 루소 형제도 이런 분야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영화를 만든다고 한다. 물론 성룡, 이소룡 영화 같은 클래식 마샬 아츠의 느낌이 아닌, 훨씬 빠르고 쾌감적인 방식으로 대중의 입맛에 맞춰서 영화가 나오긴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완성도가 그렇게 높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몇 몇 장면들에서 나오는 편집 장면은 지금봐도 조금 어색한게 있다.


 <매트릭스>가 요즘 세대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지만 놀라운 것은 키아누 리브스의 얼굴은 늙지 않는다는 것과 이렇게 유명한데 내가 2편과 3편을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시리즈의 완성도와 인지도는 1편이 제일 크지만 나는 2,3편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특히 내 세대에서는 당시 <매트릭스> 시리즈과 과대평가 되었다고 생각되기도 했는데, 1편 때문에 2편과 3편이 자연스럽게 주목 받을 수 있었던게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오랜 시간이 지난 이제서야 2편과 3편을 볼 생각인데, 내게 있어서 얼마나 말할 거리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