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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Manchester By the Sea, 2016)

 영화의 첫 장면은 바다를 향하는 한 배에서 티격태격대는 삼촌과 조카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바다가 보이는 곳이 맨체스터 바이-더-씨라는 지명이다. 과거의 어느 장면이었다. 그리고 현재로 돌아와, 추운 겨울이다. 아파트 관리인으로 홀로 조용히 지내는 리가 조카에게 낚시를 가르쳐준 그 삼촌이었다. 그는 직업적으로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하는 변변치 않은 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 가끔씩 여성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그러지만 그는 더 이상 누굴 만나는데에 관심이 없어보인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연락을 받았다. 형이 병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다. 그는 홀로 멀리 떨어져 살다가, 자신이 살던 동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향한다. 


 교차편집으로 전개되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어느 개인적인 인물의 삶에 집중할 수 있게끔 구성되어있다. 특히 어떤 장면들은 너무나도 순간적이어서, 어떤 의미에서 충격적으로 받아질 수도 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사람이 왜 이렇게 되었는가는 사건을 겪어봐야아는 것일테고, 영화 속의 관객은 그 사건을 시각적으로 읽게 된다. 물론 '리'라는 캐릭터가 불행한 사건들을 겪게 된 후로 부정적인 사람이 되는 것을 완벽하게 공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많은 영화들의 인물들이 그렇다. 마음에 안드는 캐릭터가 많듯이 사건을 직접 경험했어도 왜 그는 정신을 못차리는가에 대해서 의심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다지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고 오직 언쟁과 과거 장면들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과 결국 다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 그 안타까움이 해소는 된다. 특히 영화 속의 케이시 애플렉의 묘사는 훌륭하다. 가족의 죽음을 겪는 사람의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나는 이 영화의 편집이 시각을 자극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때로는 극단적일 수도 있는 매우 빠른 구성이 마음에 안들지는 몰라도, 공간적 광경이나 분위기는 매우 침착하고 부드럽다. 그런 조용하고 너무 일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사람은 폭력을 선사하기도 하며 분노를 하기도 하고 슬픔을 맞이할 수도 있고 공황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 영화는 상당히 우울한 영화일지도 모른다. 가끔 사람들은 이런 영화의 분위기를 잘 받아들인다. <레퀴엠>처럼 인간이 망하는 과정이나 감정적으로 추락하는 모습은 사람들의 숨겨진 감정을 발현시킬 수도 있는 방식일지도 모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영화들이 좋다. 아무튼 현실적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