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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팔로우 (It Follows, 2014)

 어느 날 나는 어떤 평론가가 현대 공포 영화의 트렌드에 대해 분개하는 내용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나도 한창 그 어느 때보다 공포 영화에 흥미를 가진 적이 있었고 유명하다는 영화들은 많이 챙겨보곤 했다. 어떤 영화들은 인간의 살을 우습게 찢기도 하고 어떤 영화들은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며 때로 어떤 영화들 속 주인공들은 괴물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향들은 시대적인 수준에 영향을 받으며 진화하고 변화하고 다시 순환되기도 한다. 문제는 내가 보았던 그 영상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의 공포는 가짜만으로 가득차있다는 것이었다.


 일단 '공포'의 개념에는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겪는다는 것인데 대부분의 쓸모없는 공포 영화들은 사람들을 순간적으로 놀래키는데에만 집중하거나 시각적인 쾌락으로 둘러싼 충격의 일종으로만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모든 것들이 완벽할 수는 없을테지만 심하게는 어떤 것들은 뭘 말하려는 건지 모를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대개 어쩌다 한 번 히트를 친 공포 영화들은 지겨울 정도로 반복적인 시리즈를 만들기도 한다. <쏘우>만 해도 그렇다. 이건 절대로 공포 영화가 아닌 스릴러 영화지만 아무튼 요즘 기준으로 보자면 그렇다는 건데 나는 이 영화를 보지도 않았고 볼 생각도 없다. 왜냐하면 그 이전에 다른 영화들의 결과가 선입견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데스티네이션> 시리즈도 대충 그런 것이지만 최소한 이 작품들은 3편까지는 보긴 했다. 그 이후로는 너무 식상할 것 같기도 하고 내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에 아예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나마 최근에는 적시타와 같은 제임스 완의 <컨저링>과 <인시디어스>의 히트로 후속편과 스핀오프가 등장하였다. <컨저링>의 스핀 오프인 <애나벨>은 스스로 바이럴의 성격을 부각하여 만들어졌지만 그 영화는 힘이 약했고 <인디디어스>는 3편까지 개봉 예정인 것을 보니 왠지 좋은지 않은 의미로 심상치 않다. 때로는 <ABC 오브 데스>나 <V/H/S>같은 파괴적인 영화도 즐기지만 어쩐지 우리가 잊어버린 순수한 공포는 어딜가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최근에 <팔로우>를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되었는데 어쩌면 이런 영화들이 다시 잘 만들어져서 공포 영화의 황금기를 다시 맞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누가봐도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이 영화는 어떤 '저주'와 관련된 것들을 잘 재구성하여 이야기를 난잡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 단순한 설정 외에도 섬세하고 감각적인 영상과 무지막지한 사운드가 나를 압도시켰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다음 장면이 궁금했고 정말 대단한 것은 어떻게 무언가 따라온다는 것만으로 인물의 두려운 심리를 나에게까지 어떻게 잘 전달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는 것이다. 내가 예전에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보며 감탄 했던 부분과 굉장히 비슷했던 것 같다. '기다리는 공포'라는 것인데 못만드는 감독들의 뻔한 스타일인 깜짝 놀래키는 것이 아니고, 어떤 일어날 것인지 관객을 계속 지켜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스타일은 정말 짖궂은데 이 방법이 분산된 집중을 더 이상 빠져나가지 못하게 잡아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에 결정적인 장면마다 나타나는 사운드는 굉장히 압도적인데 고전 이탈리아 호러에서 따온 듯한 음악들은 집중력을 더 이상 놓지 않게 해준다. 


 만약에 슬래셔 호러였다면 어땠을까? 인물이 연속적으로 죽을 위기에 처한다는 것은 확실하고, 살인마가 등장했을 때 아주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있다면 카메라는 무기가 얼마나 절대적이고 위험할지 강조할 것이다. 관객은 이 스트레오타입을 가뿐히 인식하고 그 것을 공포의 유일한 종류인 것으로 오해하고 만다. 물론 우리는 심리적으로 굉장히 위축되어있고 다음 장면을 기다리며 벌벌 떨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건 이미 낡아빠진 방법이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오컬트로 넘어오게 되는데, 한 10년 전의 영화들처럼 구질구질하게 '저주'라는 것으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논리적인 설정을 인식하려고 들지는 않아서 더욱 신선하고 비범해보인다. 다만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이상하면서도 신기한 감정을 느꼈는데 이 것이 부정적인 것이 아니고 굉장히 기대에 가득차있었던 것 같다는 건 확실하다. 다음 장면을 예측하고자하는 영화들은 수두룩하지만 다음 장면이 궁금한 영화들은 많지 않다. 이 영화가 많은 클래식 호러들의 아이디어를 착안한 것도 있고 '저주'와 같은 몇 몇의 설정들은 일본 영화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 보이긴 한다. 하지만 어설프게 적용한 것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고 감각적이기 때문에 나는 이 영화를 한 동안 기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