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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운슬러 (Counselor, 2013)

 서부의 셰익스피어로 추앙받는 코맥 매카시는 <카운슬러>를 통해서도 냉혹한 세계를 여지 없이 보여준다. 나는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 <노예를 위한 나라는 없다>를 대단히 인상깊게 보았다. 그런 기억 덕에 차기작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그가 직접 극본을 맡고 리들리 스콧이 감독하여 <카운슬러>를 제작하였다.

 

 나는 이 영화를 본 후 각본으로 이루어진 도서를 선물 받아 읽었는데 영화 속의 묘사는 코멕 매카시의 문체 그대로였다. 이로 인해 관심이 있던 팬들에게는 작품에 대해 더욱 밀접하게 다가갈 수 있기에 더욱 마음에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이전의 <노예를 위한 나라는 없다>처럼 코엔 형제가 아닌 리들리 스콧이 감독이기 때문에 연출 부분에서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영화가 소설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궁금해서 읽긴 하였으나, 영화가 시나리오 그 자체이기 때문에 크게 간섭하지 않는다. 다만 소설에서는 대사가 보다 섬세하고 장황하게 서술될 수 있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시각적으로 생동감있게 볼 수 있었던 내용을 다시 소설로 접하면 아주 약간은 깊숙히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은 존재한다. 이 영화에서의 가장 큰 특징을 내게는 사실 소설에서 확신시켰던 것 같다. 영화만 보고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굉장히 비슷한 기분을 받았는데, 난해하고 의미심장한 대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수 많은 광경이 보여주는 것 역시 그렇게 의미가 없는 편은 아닌데, 그 배경 속에 인간이 있고 각자 어떤 생각을 하고 살인의 강에 휘말리는지가 바로 그 전부일 것이다. 또한 가끔은 교훈과도 같은 대사가 이 영화 속에서 언급되곤 한다. 크게 결정적이진 않지만 결국 이렇게 된 원인은 사람의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런 것럼 이 영화에서 각 캐릭터들은 자신들이 끝나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숨김 없이 보여준다는 것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까지는 아닐지라도 많은 장면들로인해 시각적인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나는 이 영화에 대해 할 말이 많았지만 많은 것이 증발되어버린듯하다. 영화를 본 직후에도 하얀 감정만이 남아있었던 것 같았는데, 마치 피부에 닿은 알콜이 기화한 느낌이었다. 영화 속 사건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것은 소설에 기초한 것일 뿐이다. 그렇기에 모든 상황을 그리 심각하게 볼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우리가 믿지 않는 이 순간에도 저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지 모르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카운슬러>에 등장하는 많은 것들은 어떤 상징성을 지니는지 알 수 있다. 사냥을 하는 치타와 그것을 바라보며 하는 말키나의 말, 카운슬러가 일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 수 차례 경고하는 웨스트레이의 말. 말키나를 떠올리며 그녀에 대한 '썰'을 말하는 라이너의 심정. 그리고 모든 일을 실감했을 때 카운슬러에게 조언하는 멕시코인 변호사의 말 등. 그것은 사실 오리지날 시나리오를 본다면 더욱 잘 삼켜지는데 영화에서는 그것을 다 담을 수 없기에 간략적인 부분만 언급을 하고자 한다. 리들리 스콧이 이런 과정을 넣으면서 상당히 심혈을 기울였을 것이다. 영화가 다 끝나갈 때 쯤에는 그저 이 이야기는 하나의 진실을 시각적 충족으로 마무리지을 수 있다. 그러나 모호한 것이, 코맥 매카시의 글적 묘사에서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구분선을 혼합하여 지었으나 영화에서는 배우가 직접 연기하기 때문에 카운슬러만의 이야기만 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다 보여주긴 했지만, 부수적인 느낌이라고 하면 조금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이 있다. 그건 바로 카메론 디아즈. 그녀의 연기 캐릭터가 이전에 갖고 있던 이미지로 사로잡혀 있을텐데, 그녀가 연기한 '말키나'캐릭터는 아마도 당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렬한 캐릭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