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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스페이스 카우보이 (Space Cowboy, 2000)

 때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인간이 늙었을 때 세상을 어떻게 맞서내는가에 대해서도 영화를 통해 언급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늙은 자와 세상에 관한 것이다. 가끔 그의 영화를 볼 때마다 인간과 세상과의 관계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지막히 말해주는 것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많은 이야기들이 그리 와닿지 않는 것이 모든 표현의 대상들이 특정한 혹은 다수의 노인들을 지칭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의 영화에서는 항상 본인이 등장하기 때문인지 그의 이야기가 되는 기분이 크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아주 거대하지만 아주 작은 내용을 보는 듯했다. 젊은 시절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은 꿈을 가졌던 네 명의 남자가 있었다. 이들에게는 달까지 직접 가보는게 원대한 소원이었지만 현실은 그게 어려웠고, 저절로 이들의 꿈은 닫혀버렸다. 그들의 소망은 이 영화의 첫 장면에서 인상 깊히 남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모두가 늙은 시대에서 운 좋게 그들은 다시 복귀할 기회를 얻는다.


 이 영화에서 늙어버린 네 명의 주인공들이 다시 모여 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부터 우주비행사가 되고 그들이 떠나는 것까지 빠른 구성으로 연출되어있다. 물론 중간에 문제가 발생하고 끝까지 나아가야하는 장치도 있을 것이다. 왜 이 영화의 제목이 <스페이스 카우보이>인지는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의 존재를 관객의 기억에 남기기 위해서는 미리 알리지 않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수 많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이 그렇듯이, 이 영화 역시 관객에게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또렷하다. 이 영화 역시 상당히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아주고 있다. 그것은 과정에서 강하게 드러나있는데 '우리는 언제라도 늦지 않았고 꿈을 이뤄낼 수 있다는 열정이 잃지 말아야한다' 정도일 것이다. 예를 들어 그들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만날 때에는 이 영화가 그 사이에 그들이 어떤 인생을 보냈는가를 상상할 수도 있게된다. 하지만 그런 잡다한 내용은 생략하고 그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만 보여준다. 어떤 사람은 목사가 되어있고, 어떤 사람은 롤러 코스터가 되어있기도 하며 어떤 이는 아직도 어린 시절의 낡은 꿈의 조각만 간직한채 파일럿으로 지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만난 순간부터는 영화가 상당히 빠르게 지나가는데 이것은 그들이 과거에 상상하던 과정을 다시 살려내는 것이다. 그들은 그 어떤 젊은 이들보다 잘 해낸다.


한편 이 영화가 생각보다 감동적이었던 이유가 마지막 노래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토록 긴 여운을 준 영화일줄은 몰랐을 정도다. 마지막 곡은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른 "Fly Me to the Moon"이다. 이 영화는 후에 <로보캅> 리메이크 속에서 재생되는데 큰 여운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기억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