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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2013)

 1961년, 어느 포크 송 가수는 자살한 동료를 잃고도 죽지못해 살아가고 있다.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동안은 한 없이 이 고달픈 인생은 아닌 것처럼, 그는 가스등 카페의 작은 조명 안에서 읊조린다. 그는 이 영화의 주인공 르윈 데이비스이다.


 코엔 형제는 2002년에 생을 마감한 데이브 반 롱크를 <인사이드 르윈>의 주인공 르윈 데이비스로 창조하여 이야기를 만들었다. 왜 하필이면 그였는가에 대해서는 크게 묻지 않게된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우상이나 롤 모델을 기억하는 것처럼 특정인에 대한 애착감이리라. 

 

죽은 르윈의 동료가 마이크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되는 시점은 영화가 시작하고 조금 지나서이다. 관객은 그 전부터 르윈이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인가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는 가스등 카페의 솔로 연주를 마치고 가게 주인이 '정장입은 누군가가 너를 찾고 있다, 그가 말하길 자신이 친구라고 하더라'는 소리를 듣고 그를 만나게 되는데, 그 정장 입은 남자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르윈에게 한방을 먹인다. 르윈은 몇대를 맞고 쓰러지는데, 그렇게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어찌됐건 그에게는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그의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 같고, 여기 저기 집 없는 상태에서 친구와 지인의 집에서 하루를 겨우 묵어가는 것을 보면 그의 인생이 고달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에서 그가 처음 묵었던 집은 친한 교수의 집인데, 그는 실수로 집 밖으로 뛰쳐 나갈뻔한 고양이를 붙잡는다. 르윈은 고양이를 잡느라 문을 놓쳐 들어갈 수 없게되고 어쩔 수 없이 고양이를 데리고 자신이 잘 곳을 찾게된다. 염치 불구하고 잠을 청할 곳을 찾지만 사람들이 르윈을 대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반겨주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지긋지긋해서 


 이 영화에서 코엔 형제는 르윈 데이비스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완벽하게 풀어준다. 사실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그런 미스테리적 인물을 그려낸 것이 아니고, 그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속에서는 그의 여정 뿐만 아니라 그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행동을 지켜볼 수 있고 그가 제 자리로 돌아오는 순간 마침내 가까워진 느낌을 취한다. 

 '인물을 말한다'는 것은 이런게 아닐까 싶다. 코엔 형제가 실제 인물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깊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파고>를 보았을 때나, <더 브레이브> 심지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때에도 단지 나는 영화를 흘러가는 기분으로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느낌이 매우 강했는데, 마치 호기심과 좋은 기분이 생길 것 같다는 예감을 갖으며 떠나는 여정과도 같았다. 다만, 이 영화에서 흘러 나오는 포크 음악은 특정인의 인생과 밀접한 연관을 지닌채로 잔잔히 울려퍼졌다. 더군다나 이 영화의 계절은 추운 겨울이다. 잘 곳도 없이 정처없이 떠도는 음유시인은 늘상 곁에 우수를 달고 다니지만 그는 알지만 모르는 것처럼 살 길을 찾는다. 오늘이든, 내일이든 알 수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