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웜 바디스 (Warm Bodies, 2012)

 <웜 바디스>는 상당히 머리가 좋은 영화다. 주제와 배경을 아주 잘 이용한 영화다.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시작하는 R이라는 이름의 좀비가 주인공이다.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이름조차 할지 못하고 R로 시작되는 것만 가까스로 기억하는 것 같다. R을 포함하여 모든 좀비들은 자신에 대한 궁금증을 스스로 묻는 것 같다. 지나치게 감성적인 좀비인데, 이쯤되면 좀비라고 하기도 뭐하다. 크게 따질 필요는 없다. 이 영화는 애초에 좀비 영화가 아닌 로맨스 영화니까 말이다.


주인공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독백으로 관객들에게 자신의 심정을 이야기한다. 어느 날 그는 무리와 함께 사냥감을 사냥하던 중 여자 주인공인 줄리를 발견하고 첫 눈에 반한다. 심장이 뛰기 시작한 것이다. R은 좀비지만 좀비로부터 필사적으로 그녀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그녀도 R을 믿어가면서 마음이 동화되는 것이다. 이 영화의 최종 목표는 사랑을 한 좀비가 인간이 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좀비라는 생명체는 오직 인육만을 갈구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설정이다. 아쉽게도 그런 철학적인 영화가 아닌 탓에 그것에 대한 문제는 언급하지 않는다.


 모두는 알고 있다. 영화 속 남녀간의 만남은 우연으로 가득찬 예정된 운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영화 속의 좀비나 일상 속의 사람들이나 다를 것 없이 흑백과도 같은 지루한 일상의 연속에서 그 틀을 깨버린다는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심장이 뛰는 것은 좀비나 인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영화 속에서 의외로(?) 깨알같은 만남등을 보고나면 의외로 괘 현실적인 영화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그 중간에 서로가 믿었던 순간을 기억하고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것까지도.


안타깝게도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 <50/50>을 보았는데, 영화가 말하는 잔잔한 분위기처럼 스토리 또한 뻔했다는 것인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웜 바디스> 그런 느낌이었는데 여기서 조나단 레빈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 극장에서 남녀가 보기에 무난하고 가벼워서 아쉬운 작품이다. 조금만 더 슬펐더거나 배우들이 의도했던 것 이상으로 진심을 다해 연기했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설정상 좀비라는 성격 때문에, 원래 기존의 호러 영화 성격을 중간 중간 삽입하다보니 영화 속 로맨스가 보여주는 동화적인 장면들이 제 발휘를 못한다. 장르의 혼합은 창의적이지만 여전히 완벽하게 만들기 어려운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이 영화는 그렇게 어렵게 볼 필요가 없는 것이, 남녀간의 '진부한 만남'을 조금 더 재미있게 다루었다는 점 때문인데, 하지만 이런 주제의 영화는 아주 뻔하고 지루하다. 하지만 '좀비'라는 설정을 잘 이용하여 이 영화는 귀엽고 재치있는 영화가 되었고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는 상업 영화들은 이정도만 하면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다. 감동적이진 않지만 재미있는 로맨스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