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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아메리칸 뷰티 (American Beauty, 1999)

 한 가족이 있다. 직장에서 잘릴 위기에 처한 마흔 넘은 가장, 한 동안 집 한 채 팔지 못하는 하우스셀러 아내, 그리고  사춘기 딸. 각자의 삶은 항상 재미 없고 관계마저 위태위태하다. 그 중 가장 문제는 아빠. 찌질하고 고집불통에 철 없다. 이것은 모두 일상의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다. 어느 날 그는 치어리더인 딸의 공연을 보러 간 날 딸의 친구를 만나게 되고 한눈에 반한다.

아빠의 눈에는 잊을 수 없이 관능적인 시선의 소녀가 아른거린다. 딸의 친구에게 반해버린 것이다. 

 1999년 개봉한 <아메리칸 뷰티>는 한 가족과 이웃 간에 벌어지는 아주 '사소한' 이야기이다. 아무리봐도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이들의 인생에는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아무도 잘못한 것은 없다. 보고 나면 항상 그렇다. 이 영화는 예상보다 처음과 끝을 연결짓는 결정적인 순간이나 장치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 우연한 것보다 훨씬 낫지만 <스트레인저 댄 픽션>처럼 주인공은 초반의 나레이션처럼 자신의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전지적이지만, 소설의 해설가처럼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무엇을 말해주는지 근거를 두지 않는다. 

 

 '어느 한 가족'의 몰락은 아니었다. 무서운 것은 이 영화가 우리의 삶을 대변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라는 것이다. 하루를 보내다보면 인생은 항상 일상의 공통점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것을 스트레스로 흡수한다. 스트레스가 쌓이다보면 언젠가 폭발할테고,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경험이 필요한 덕분에 자유롭고 싶어한다. 그 자유가 누군가에겐 섹스가 될 수도 있고, 단순한 사랑이 될 수도 있으며 그 무엇이 해소의 바탕이 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쌓이고 묵혔던 빚을 한방에 갚으려는 감정적인 욕망 덕분이었고, 그것을 알아차릴 때 쯤 사람의 피부에는 어느샌가 주름이 가득하고 영혼은 낡아 있다. 


이 영화는 케빈 스페이시가 연기한 레스터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시작하여 끝을 맺지만 어느 롤러코스터처럼 흘러가는 다이나믹 드라마이다. 무엇을 말하건 간에, <아메리칸 뷰티>라는 제목 처럼, 인생의 길고 짧은 순간은 영화로 구성된다. 

거의 막바지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는 종잡을 수 없었다. 이 영화는 상황 전개가 그다지 부드럽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갈등을 겪는 인물이 다양하지만, 해석이 쉬울 정도로 매우 단순한데도 불구하고 모든 인물들이 성격이 매우 극단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덕분에 관객들은 외나무다리를 걷는 듯한 조마조마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샘 멘데스는 <아메리칸 뷰티>를 통해 아카데미에 이름을 널리 알리는데 성공하였다. 영화 속의 주연인 케빈 스페이스의 연기력은 주목할만하다. 그리고 독특하게 이 영화는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제목만큼 익숙하지 않는 것 같다. 도대체 뭐가 아름답다는 것인지 하고서, 인생의 욕망과 행복을 다시 들여다본다. 마지막의 레스터가 말하는 것과 같이, 다시 설명해줘도 모른다면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다시 탐색해보고 이 영화를 접하는 것을 추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