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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맨 인 블랙 3 (Men in Black 3, 2012)

 마블 코믹스에서 출간된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화된 <맨 인 블랙> 시리즈는 1997년 첫 등장 이래로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시리즈가 매 번 호평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코미디 장르와 SF의 절묘한 조합 덕분일 것이다. 일반적인 SF 영화들은 비이상적이고 복잡한 장치 때문에 대중들을 모두사로잡기 어려울 수도 있었지만, 이 작품은 관객이 이해할 필요 없이 '세상은 넓어도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것' 처럼 세계관과 사건이 매우 단순하고 외계인 음모론을 조롱하기 위한 다양한 블랙 코미디 등으로 꾸며져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부담없이 즐기는 작품이 되었다.


 이 작품은 97년 1편을 시작으로 15년이 지나 3편으로 등장하였는데 이는 긴 시간이었다. 비록 3편이라는 점에서는 그 시간적 간격이 크기 때문에 시대의 트렌드나 여러 가지 면을 보고 전작보다 못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맨 인 블랙> 시리즈만큼은 이미 그 자체가 고유한 작품이 되버린 탓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같은 주인공과 같은 배경을 가지고 새로운 시리즈로 이야기를 만든다는 제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큰 고민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특히 이 시리즈는 3편까지 변함 없이 같은 감독과 같은 주인공 배우들이 참여했다. 몇 인물 (제드나 프랭크같은)들이 사진으로만 등장한 조연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때로는 사람들이 갖는 후속편의 기대는 이전 작품보다 훨씬 새롭고 재미있는 내용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맨 인 블랙 3> 는 아쉽게도 기존 작품과 차별화를 두지 않는다. 허나 <맨 인 블랙> 시리즈 특유의 무난한 컨셉과 적당한 스릴과 코믹이 있기에 이 영화는 성공적인 시리즈다.

 

 1편과 2편 그리고 3편은 모두 흔해빠진 "외계인 음모론"에서 착안된 SF 코미디다. 이 시리즈는 그걸 가지고 적절하게 코미디로 이용해먹었는데 3편도 변함이 없다. 거기다 이 영화를 통해 약간의 첩보물과 버디 무비 그리고 외계인과 코미디는 최고의 조합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양복과 선글라스 그리고 뉴럴라이저는 영화의 모든 것이다. 여전히 주인공들은 곤경에 빠지고, 아무렇지도 않게 단서를 찾으며 사건을 해결한다. 1편은 단순한 형사물에 의존하고 수수께끼 조직의 실체를 사람들이 상상한 것보다 단순하게 꾸며대었고, 2편은 잊혀진 물건을 찾는 수수께끼를 추리하는 것이지만 이 부분은 1편도 비슷하지만 크게 새롭지는 않았다. 그저 재미있었지만 아쉬운 드라마의 연장 같은 기분이었다. 아마 다시 생각해보니 이 영화에서 늘 등장하는 악역 때문이었을 것이다. 줄거리의 성격상 어쩔 수 없지만 이 시리즈는 늘 지구를 철거시킬 정도로 거대한 사건을 겪지만 매우 비밀스러운 탓에 악역의 야망이 그 무엇보다 크고 지능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런 불리한 조건을 3편에서는 상쇄시키는데 바로 두 주인공과의 관계인 것이다.

 

 <맨 인 블랙 3>의 내용은 요원 '케이'의 젊은 시절에 그가 체포한 악당이 자신이 체포되기 전의 과거로 돌아가 케이를 없애버리고, 그 후 시간의 흐름이 바뀌어 현재의 '제이'가 사라진 '케이'의 존재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게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토미 리 존스가 연기하는 '케이'의 과거를 조쉬 브롤린이 연기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토미 리 존스의 비중은 자연스럽게 적어지게 되는데 약간은 아쉬웠다. 하지만 여기서 놀라운 것은 토미 리 존스의 부재를 대신한 조쉬 브롤린이 '케이'를 해내는데, 특유의 표정과 말투를 매우 그럴싸하게 연기한 덕분에 윌 스미스와의 어색하지 않는 조합을 이룬다.

 

 <맨 인 블랙>의 전통의 깨는 에필로그는 여전하다. 이로써 또 하나의 시리즈가 만들어졌는데, 후속작 여부는 아직 모르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여담으로 개인적으로 느끼는 시리즈의 재미순은 3->1->2였던 것 같다. 물론 전작을 순서대로 다 봤을 때의 기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