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마셰티 (Machete, 2010)

 

 이 영화의 국내 홍보 방식은 작품 자체에서 보여주는 잔인하고 비현실적인 액션 장면을 토대로 설명해준다. 이러한 홍보는 예고편을 토대로 관객이 될 이들에게 자동적으로 대단한 기대감을 부풀게 해주기 마련인데 문제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예고편이 전부라는 것이다.

2007년 영화 <그라인드하우스>의 부속품 격 작품인 <플래닛 테러>의 본편 처음 장면에서 <마셰티>의 예고편이 등장한다. 그리고 <마셰티>는 실제로 3년 뒤인 2010년에 개봉한다. 제작 기간이 3년이 걸렸다는 것이 아니고, 사실 3년 전 보여준 <마셰티>의 예고편은 가짜 예고편이다.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대니 트레조를 주인공으로 하여 이 영화를 실제로 각본까지 완성하였으나 아무도 투자를 하지 않아 실제 제작은 단념하고 <스파이 키드>에 대놓고 캐릭터 명을 "마셰티"로 대니 트레조를 출연시키기도 하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에도 그를 등장 시키는 등 대니 트레조와 관련하여 멕시코인을 주제로 하고자 하는 힌트를 많이 주곤 했다. 하지만 매우 감각적이고 (어쩌면 당시 본편인 <플래닛 테러>보다) 재미있을 것 같은 이 영화의 가짜 예고편은 팬들의 관심을 끌게 하였고 반응 또한 좋았다. 그리고 비로소 성원에 힘입어 영화는 만들어진다. 그래서 실제로 찍힌 영화는 기존의 예고편과 거의 비슷하지만 캐스팅과 스토리가 정식적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한층 극장 영화 답게 다시 찍어졌다. 허나 이 영화에는 작은 오류가 있다. 실제 개봉 당시 공개한 정식 예고편은 그 이전의 페이크 트레일러 때와는 비슷했지만 막상 개봉을 하고 나니 내용이 생각보다 훨씬 진지하고 신중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많은 팬들은 어디까지나 장르 영화의 매니아의 수준으로 <마셰티>를 하드코어한 액션 영화 쯤으로 기대했지만 본편은 내용이 훨씬 잠잠했다. 그나마 다양한 장면들은 바래왔던 대로 막장화가 되었지만 스토리라인이 생각보다 훨씬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졌기 때문에 모든 러닝타임을 토대로 비춰보았을 때 이 영화는 결코 하드보일드하지 않다. 숨막히는 액션과 스릴을 기대하기엔 <마셰티>는 액션이 저만치 가벼워졌고 마초의 승부수를 던지기에는 긴장감이 매우 부족하다. 한편 다른 동네에서 만들어진 또 다른 부속품 <산탄총을 든 부랑자>는 작품 자체가 X등급에 가깝게끔 대단히 하드코어하게 만들어졌다. 참고로 <마셰티>의 페이크 트레일러에서는 영화의 등급이 X등급이라고 했다. 허나 현실에 맞게 스토리 구성상 영화는 R등급으로 제작되었다.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팬서비스 차원에서 이 영화를 만든 의도가 커보이는데, 전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와 스토리라인이 매우 비슷하다. 영웅주의적인 차원이 돋보이며 영웅은 정해진 자가 혼자 행동하는 것이 아니며 모두가 영웅의 자격이 된다는 교훈적인 전개의 방식은 전작과 거의 같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사정 덕분에 <플래닛 테러>는 내부의 가짜 예고편이 더 재밌는 영화가 되어버렸고 <마셰티>의 본편은 <플래닛 테러>의 본편보다 조금 심심한 작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