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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형사 서피코 (Serpico, 1973)

 시드니 루멧은 당시 꾸준히 쌓여온 관심사인 여러 범죄 사회에 대해서는 재미있고 사실적인 묘사가 필요했기에, 70년대 대표작인 <더티 해리>나 <프렌치 커넥션>같은 비슷한 부류의 영화들의 장점들을 이 영화에 많이 빌려오곤 했던 것 같다. 알 파치노는 시드니 루멧의 <형사 서비코>를 통해 진정성 있는 연기력을 통해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실존 인물의 자전적인 이미지와 그가 겪는 사건의 사실감을 훌륭히 연출시키는데 주인공으로써 크게 기여를 했다.

  <형사 서피코>는 과거 시대 미국 부패 경찰들의 모습을 흡사 "경찰청 사람들" 매우 생동감을 주며 때로는 그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영화의 제목인 서피코가 바로 그 실존 형사인데, 강력계 형사로써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프랭크 서피코는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개성을 가진 성격의 인물이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동료가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 마약 유통을 눈 감아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피코는 자기만큼 청렴한 동료나 더 높은 위치의 상사에게 보고와 도움을 청하지만 아무도 이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려하지 않으려 하고 자기 밥줄과 용돈 벌이만 생각하며 쉬쉬 거릴 뿐이다. 일이 커지면 모두가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마치 높으신 분들마저 흔들릴 정도로 돈의 입김은 대단하다. 자신마저 그래야하는 상황 속에 처한 서피코는 부정한 현실을 폭로하기 위해 언론사 친구를 포함하여 온갖 방법을 동원하지만 마치 시궁창 속에서 썩어가는 쥐들 사이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도 가끔씩 이런 영화가 나오기도 하는데 인물 중심보다도 사건과 혼합한 형식으로 꾸며지기도 한다. 물론 범죄 자체의 자극적인 주제가 매우 큰 동기가 되지만 때로는 감정을 호소하듯한 계몽적 성격의 영화도 드물게 보이기도 한다. <형사 서피코>의 경우에는 한 인물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며 객관적인 시점으로 영상화하여 관객에게 지켜보도록 하는 의도로 짜여진다. 따라서 경찰 내부의 사생활이 포함되기 때문에 이 영화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일깨우기에는 다른 구성에 비해서는 다소 어려워보인다. 사실의 입각하게끔 하는 전개와 동반된 갈등 고도는 중반 이후부터 인물 사이가 급격하게 안 좋아지지만 한 순간에 찬물 끼얹 듯 관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영화를 닫고 만다.

 1970년대는 미국의 경찰 부패가 가장 심각한 골칫 거리였다고 전해진다. 어느 매체와 문화 컨텐츠나 이런 사회적 이슈를 반영한 범죄물들은 줄기차게 등장하기 일쑤였고 현실 비판의 메시지도 굉장했다. 그 사이에 등장한 <형사 서피코>는 실화를 반영한 덕분에 참고될만 했고 알 파치노는 이 영화에서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모두에게 익숙한 고리타분한 형사물을 만들기 위해선 드라마 이상의 성격을 넘어설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액션, 추리극이 그 목적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인물의 행동, 여파 그리고 그에 따른 반동이 탄탄하게 맞아 떨어진다. 특히 시드니 루멧은 사실에 가깝게 느껴지도록 서피코가 겪게 되는 이야기가 갈수록 심각하고 크게 겪을 수 있는 경험적인 방식에 신경 쓰도록 노력한 흔적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실 같은 부류의 다른 영화에 비해서 독창적인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고 말하기에는 어렵다고 느껴진다. 당시에도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도, 그것들을 만든 위대한 감독들도 많았기 때문에 '더 잘 만든 영화가 되어야한다'는 욕심이 의도적으로 티가 날 가능성이 농후할 것이다. 이는 오히려 평범한 방식으로 강렬하거나 혹은 충격적인 장면조차 없게끔 하려다 스스로가 기록 영화처럼 만들어지는 것을 부정할지도 모르기에 영화 자체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