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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나잇 (The Good Night, 2007)

 매일 밤, 취침 시간이 되면 커플은 불을 끄고 나지막히 서로를 사랑한다고 속삭이고서는 잠을 청한다. 그 조차 생활의 습관처럼 베어버린 남자는 어느 날 묘한 기분의 꿈을 맞이한다. 청소년기, 몽정의 황홀함처럼, 그는 꿈 속에서 그냥 말로 표현하자면 얼굴부터 발끝까지 섹시한 여자의 육체의 촉감을 직접 경험한 것이다. 일상적인 마음의 스트레스는 그에게 반복적인 꿈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꿈 속의 미녀를 하루 간격으로 만날 때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참을 수 없게되고 그녀와의 통성명을 하자마자 입맞춤을 나눈다. 그에게서 이 꿈은 스트레스의 해소가 되어버린다. 어느샌가 잠에 깨고 나서도 아침부터 꿈 속의 그녀를 생각하면서 자위를 한다. 어느 덧 진정한 몽상은 진정한 현실을 잊으려 하고, 하루는 망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연히 그는 꿈 속의 그녀를 실제로 만나고 만다.

 이 영화는 감독 단계에서 기네스 펠트로의 남매인 제니스 펠트로의 첫 작품이라는 것으로 많이 알려졌다. 드라마 영화지만 코미디적 구성도 두루 연출되어 있어 그다지 무거운 기분으로 전개되는 작품은 아니다. 특히 미쉘 공드리와 찰리 카우프먼의 아이디어에서 많이 참조되었을 법한 플롯은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있었지만 나름대로 개성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매우 차분한 음성과 소리를 더불어 그 분위기는 지루한 감보다도 안정적인 느낌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개리와 애나의 현실 속 만남은 크게 어떠한 감정도 불러 일으킬만한 재미있는 연출은 느껴지지 않아 생각보다 무미건조했다.


 <굿나잇>의 주인공 개리는 공허해진 일상 중 어느 날 자신이 꿈에서 만난 최고의 여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 현실보다 꿈에 더 집착하게 된다. 어떤 환상적이고 짜릿한 꿈은 본인에게만 효과 있는 충격 작용일련만 꿈 속에서 만난 그녀와의 조우는 사실 우연은 아니다. 개리가 꿈 속에서 멜로디아라는 이름의 여성을 만나 부드럽고 뜨거운 사랑을 경험하는 것은 일상 속 반복의 허무함과 불안감 속 방황을 해소하는 방법이다.
 이 영화는 꿈을 주제로 한 영화치고 생각보다 매우 현실적이고 그냥 그 자체의 해프닝로 막을 내린다. 환상적 시각의 극대화는 큰 동기를 주지만 반면 보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동화적인 감상을 크게 보여주지 않아 새로운 감응을 일으키지는 않는 영화다. 몇 가지의 대사를 통해 속임수를 주기도 하고 끝내 끝나는 드라마가 있다면 이와 비슷한 영화는 어디까지나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고
통상적인 주제가 따를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주인공을 통해 사회 속에서 나이 먹어가는 사람들이 겪는 피곤한 일상과 또 다른 걱정,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상세롭지는 아니하더라도 그 걱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준다.
 한 드라마라는 장르를 통한 인물의 직업이나 그로 얻어지는 스트레스는 그리 중요치 않는 것이 대개 공통적인 시각이지만 이처럼 <굿나잇>의 주인공 개리는 지겨운 걱정을 벗어나기 위해 정신적인 체험을 뒤따라 육체적 쾌감을 얻게 된다. 주인공은 자신이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롭게 흥분하게 만든 꿈 속의 여성을 만나기 위해 현실의 일상보다 훨씬 큰 공을 들인다. 어찌 보면 <환상 특급>처럼 하나의 에피소드로 끝날 법한 이야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카테고리는 아닌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주인공의 문제는 현실 속에서 자신을 동거하는 여자친구와의 갈등이 바로 그 권태기로 인한 것이었다. 주인공의 또 다른 경험을 관객들에게 만족시키기 위해 <굿나잇>은 조금 더 현실처럼 꾸며버린다. 마치 최면을 당한 것처럼 잠시 깜빡이기만 하면 화면은 모두에게 꿈이라는 것을 환기시킨다. 아쉽게도 이 영화는 모두가 원하는 어떤 대단한 상상력과 영향력을 줄 수가 없다. 그저, 허심탄회한 이야기래봤자 주인공 혼자만의 상상을 보여줌으로서 끝날 뿐이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모든 것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주인공 개리는 멜에게 꿈에 대한 수 많은 방식을 전수 받으며 그의 전심전력이 그 꿈을 이루게 해준다. 실제로는 이만큼 어리석은 현대인은 없다. 그러나 순수한 망상에서 불러일으키는 욕망과 집착, 이것이 자기 자신이 스스로 만들고 기어코 그 현실을 보고 나서야 그들은 깨닫는다. 때로 영화는 사람이 꿈에 의지하려하여 잃은 길에 대한 새로운 정신적 모색 시도하려하는 것을 꾀하려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반면 현실의 모두는 영화 속 인물보다 훨씬 감정이 단순하긴 하지만. 허나 사람은 어떤 것에 집중하면 주변에 모든 상황과 관계까지 모르는 사이에 엄청나게 바뀐다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