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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 (Paranormal Activity, 2007)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볼 때, 전문가와 관객의 평은 두드러지게 차이가 난다. 로버 에버트는 4점을 줬긴 했지만 아무래도 감히 말해서 이 영화 속의 비디오가 보여주는 현상을 얼마나 믿는가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점이다. 당시 미국 전역을 열광시킨 이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블레어 윗치와 비슷한 방법으로 파운드 푸티지를 참조했는데, 거의 상업적인 면에서는 효과적인 전략을 발휘했다. 이 점이 <블레어 윗치>의 성공과 유일하고 가장 영리한 공통점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무섭다 그 이상의 설명을 표현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점수 낮은 잘 만든 공포 영화'라. 그들이 이 영화를 애써 외면하려는 이유는 감독인 오렌 펠리가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소재를 제목 그 자체, 유령이 함께 산다는 상황 하에 주인공들이 잠든 사이 일어나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이 마술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처럼 이 작품은 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불온하게 완성되었다. 비슷한 경우로 <클로버 필드>는 거의 영화 내내 주인공이 멀리 떨어진 여자 친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 모두가 극적인 효과를 일으키기에 쇼트들이 사실적인데도 불구하고 작품 전체가 사실적이지는 못했다. 그랬기에 이 훌륭한 한 방짜리 영화의 판권을 사들인 스티븐 스필버그는 2년에 걸쳐 이 영화의 결말을 편집하는데 성공한다. 그 편집본은 현재 우리나라 영화관에서 공개된 결말이며, 지금까지 알려진 3개의 결말 중에서 가장 공포 영화스러움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결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끄럽게, 그것도 영리한 방식으로 관객을 오싹하게 만든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인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결정타가 뚜렷하다. 이전의 충격적인 공포 영화였던 <블레어 윗치>는 현기증나지만 완벽하게 행해진 시야의 배제 그리고, 알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끝 없는 공포 심리를 유발하지만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선사하는 공포는, 가장 좁은 공간에서 경직된 CCTV의 화면 속에서 서서히 바뀌는 순간을 실시간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고 세트의 장식과 카메라의 위치 선정 등이 매우 올바르다. 특히 이 짧은 시간 내내 보여주는 뒤숭숭한 영상들은 '기다리는 공포'인 셈이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블레어 윗치>와 <REC> 그리고 <클로버필드>에 이어서 퇴화된 것 처럼 뻔뻔하지만 그 만큼의 손해를 각오한 영리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