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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런, 팻 보이, 런 (Run, Fat Boy, Run,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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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의 황당한 저주> 에서는 여자 친구 하나 제대로 챙겨준 적 없는 왕바보 캐릭터로 나오고, <뜨거운 녀석들>에서는 일 중독에 빠진 '완벽하지만 모든 것을 버린' 경찰로 나오던 그가, 이번에도 문제 있는 캐릭터로 등장했다. 미국 텔레비전 시리즈 프렌즈의 "로스", 데이빗 쉼머 감독의 <런, 팻 보이, 런>이다.
 사이몬 페그가 등장하는 영화는 가벼운 영화이기에 상당히 마음 놓고 보게 되었고, 스트레스를 풀기에도 매우 좋았다. 사이몬 페그가 그 '결점 많은 배역 전문'이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결혼하기 무섭다고 뜀박질하면서 줄행랑치는 겁쟁이 남자로 등장했다. 이미 약혼녀인 리비는 임신까지 한 상태였는데도 결국 소심하고, 게으른 데니스<사이몬 페그>는 그 중대한 결혼을 유보해놓고 5년 째 별거를 하는 중이다. 리비는 데니스에게 원망의 마음을 둔 채 제이크를 기르고 있지만 데니스는 아직까지도 리비에게 미안함과 동시에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어 제이크를 돌봐주기도 한다. 하지만 데니스의 미안함은 말로만 미안할 정도로 멍청하고 고리타분할 정도로 보인다. 5년 쯤 지났으니, 주변 사람들은 데니스에게 '이제 그녀를 놔주라'는 조언을 하지만서도, 데니스는 아직도 리비를 사랑하고 있었다. 제이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놈의 결혼은 무섭고 하니 주변 사람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

 그리고 어느 날, 리비는 데니스에게 청천벽력처럼 새 남자를 소개시켜준다. 뽀뽀까지 할 정도로 둘은 다정해보이고, 게다가 남자는 핸섬하고, 자상해보이는 데다가 잘 나가기까지 하는 남자다. 그 모습을 보고서는, 데니스는 초반에 질투쟁이의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은 다만 남자로서 비교되는 사람이 될까봐 그랬지만, 후에는 정말 리비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 까지 알게 된다. 리비의 새 남자 위트 (행크 아자리아)는 데니스에게 기분 나쁜 몇 마디를 신사다운 모습으로 무장한 채 공격한다. 데니스는 위트의 그런 모습이 더욱 역겹고 질투가 나기 시작한다. 위트는 몸도 건장해보인다. "팻 보이" 데니스는 역시 팻 보이. 둘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싸이클을 함께 하면서 대화를 해보지만 데니스는 숨 차기 바쁘다.
 그리고 위트는 자신이 마라톤에 나갈 것을 귀뜸해준다. 그리고서는 데니스에게 '당신은 힘들어서 하지도 못할거에요'하며 콧방귀를 날린다. 그로서 데니스는 리비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도 마라톤에 나갈 것을 결심한다. 당연히, 리비를 되 찾기 위해서라고나 할까.

 데니스는 핑계 쟁이이다. 그 누가 잘난 똥배를 보고 '이봐, 팻 보이!'라고 소리를 질러도 '팻 보이가 아니야, 단지 근육만 없을 뿐이라고!' ...라고 소리 지르는 속옷 가게 경비원에 불과하다. 어쨌든 위트와 마라톤이 그를 깨우는 동기 부여가 되어버린 셈이다. 게으른 그가 어떻게 변하는지 기대하라. 그리고 웃음 터지는 영국식 개그는 이해를 못하면서도, 피식 거리는 재미를 가져온다. 맘 놓고 보라!
 여담이건데, 내가 개인적으로 사이몬 페그를 좋아해서 이 영화가 그의 연기만 보고 재미있다고 말할 여유가 크다. 뭐 데이빗 쉼머가 영화에 일가견이 있건 없건 코미디 영화는 교훈적인 점이 꽤 있어서 골치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