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 속 사람들의 습관적인 인종 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드라마 영화인 <크래쉬>는 다국민적 세계의 불편한 진실을 경고하고 있다. 영화의 제목은 작은 사고이건, 큰 사고이건 서로 상충하기 시작하면 그 충돌은 불꽃처럼 점점 커진다는 현실에서 그 의미를 두고 있다. 이 영화는 실제로 보는 과정에서 인간 누구나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점점 상실해가는 인심과 윤리적인 양심을 보여주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충돌은 관객마저 화를 내게 만들만한 사건의 연쇄성을 보여준다.
크래쉬는 감상 하고 있는 동안 관객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라면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막상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안타까움이 느껴지는데 그 안타까움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는 점이다. 사실은, 이 이야기가 인종간의 불신이라고 하지만 그 것은 서로의 이기심에서 오는 것이었다. 후에는 서로를 감싸주면서, 이해하고 노력을 하면서 화면이 어두워지지만 그 모습은 영화 내의 단면적인 모습일 뿐, 세상 속에 사는 모든 이들과 모습이 똑같을 뿐이다.
크래쉬는 제목 그대로 한 사건 속에서 서로의 충돌이 마치 도미노처럼 연쇄해가면서 그 비극을 전해준다. 그리고 그 충격이 부메랑과 같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에게 돌아와 심장을 굳게 만든다. 그러므로써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서로의 입장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제시된다. 쓰라린 장면에서 내가 본 것은 사실적 현실의 일부와도 같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남들이 자신을 도와주겠노라 하면, 드라마도 아닌데 그들이 우리를 배신할 것 같은 불안감과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행동의 혐오감으로 인해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고집부린다. 폴 해기스는 당신이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할것이냐고 말해준다.
폴 해기스의 두 번째 감독작인 <크래쉬>는 짧은 시간동안 일어나는 커다란 사건과 함께 변화하는 사람들간의 감정적인 구조와 행동으로써 관용과 희망을 말하고자하는 휴먼드라마다. 허나 이 극단적이고, 심정을 뒤엉키게 만드는 드라마는 그 무엇보다도 다국민족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쉽게 해소되지 않는 간단한 문제의 현실을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