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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스텔 (Hostel,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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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영화에서 암스테르담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을 때, 펄프 픽션이 생각났다. 아니나 다를까, 약 2초 동안 펄프 픽션이 등장하더라."

 암스테르담이 죄악의 도시로 여겨지는 것은 영화 속에만 대놓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지만 어쨌든 호스텔은 대놓고 암스테르담의 흥겨운 합법적 매춘 문화를 현장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일라이 로스라는 점보다도 타란티노가 제작을 맡아 이전에는 큰 지지를 얻은 비운의 작품이다. 그러나 내용이 상당히 혹독하다보니 혹평이 가시질 않았다.

 매우 위험한 사람들이 다루는 사건의 모습은 그 잔혹함이 강조되는 것이 그 외의 모습보다 더욱 잔혹하기 그지없다. 일라이 로스도 마찬가지다. 일라이 로스의 두 번째 작품인 호스텔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고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면 안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듯 하였다.
 호스텔은 개봉 훨씬 전부터 쿠엔틴 타란티노가 기획을 참여한다고 해서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었다. 그렇다고 타란티노적인 재미있는 강렬함이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일라이 로스의 강렬함만 살아 있는 것이었다. 글쎄, 어떤 이들은 타란티노가 제작에 참여했으니 그의 영화 세계를 배경 지식으로 삼아 감상을 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도 이 호스텔은 충실히 감독인 일라이 로스의 손에 의해서 나타나는 영상의 힘이다.
 이 이야기는 의외로 단순하다. 배낭 여행을 진행 중이던 팩스턴과 조쉬는 (영화에서 나오지는 않지만) 후에 합류하는 올리를 만나 암스테르담에서 유흥을 즐기고 있었다. 팩스턴과 조쉬는 미국 사람이라 그 나라의 정서가 당연히 깔려있고 암스테르담은 몇 가지 이해하지 못하는 여러가지의 문화들이 그들을 추방한다. 늦은 새벽, 고성 방가를 하던 세 친구는 암스테르담 사람들로 부터 질타를 받는다. 자신들이 묵고 있던 호스텔은 통행 금지 시간 때문에 문이 굳게 닫혀있었고,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거기서 알렉스라는 녀석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까지 얘기했다고 시작부터 불길한 장면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알렉스라는 녀석은 유흥을 즐기는 좋은 곳이 있다며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를 귀뜸해준다. 세 사람은 결국 즐거운 마음으로 브라티슬라바를 향하기로 결심을 하고 결국 별 탈 없이 도착을 한다. 그 곳의 호스텔은 매우 넓고, 여자들도 많았다. 다만 그 곳 자체가 시골적이고 다른 지역에 비해 뒤떨어지는 지역같았던 점은 점점 어딘가 전설의 고향으로 향하는 기분이 오싹하게 드는 정도였겠다.
 세 사람은 여자들을 만나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황홀한 마음으로 아침에서 깨어난다. 그런데 올리가 사라졌다. 올리는 핸드폰으로 그 곳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어 "사요나라"라는 일본식 인사를 남기고 유유히 사라진 것이다. 아니, 유유히 사라졌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수상쩍은 느낌이 많았다. 둘은 친구를 찾아야겠다는 걱정은 하지만 결국 처음에 만난 두 여자 때문에 다시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남은 두명은 이유 없이 헤어지기 기작하는데..

 호스텔은 살육하는 장면 자체만은 영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 여느 슬래셔 무비처럼 비명소리와 카메라의 엉뚱한 시선을 통해 그 고통을 경험하게 해준다. 다행인 점은, 우리가 그 장면을 보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 것을 이용해보면 그 가짜를 이미 간과하고 있는 '짜릿한 장면'을 플래닛 테러 처럼 파괴적인 영상을 보지 못해서 안타깝다는 것이다. 그나마 후반에 타란티노적인 생각의 통쾌한 장면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 정도이다. 재미있는 것은, '스타일은 왠지 타란티노식인데, 일라이 로스가 메가폰을 드니. 그 느낌은 충분히 다르더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