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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힛쳐 (The Hitcher,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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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미친놈이 나를 죽이려한다. 내가 그에게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나를 못 죽여서 안달일까. 하는 사이에 그에게는 확실히 미친 사람임을 증명하는 음흉한 미소가 보인다. 한참은 실없이 크게 웃고선, 칼을 얼굴에 들이대기 시작한다. 히치하이킹을 가장해 살인을 일삼는 한 미치광이 이야기, <힛쳐>다. 이 이야기를 설명할 때에는 주목할 점이 있다. 내가 '미치광이 이야기'라고 말함은 이 영화가 미치광이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상은 주인공인 짐 헬지의 시점에만 주목하고 있다. 그러니 살인범 존 라이더는 중요할 때만 등장하니 무서운 인물이 되어버린다.
 짐 헬지는 자동차를 운반해주는 트랜스포터였다. 비는 끊임 없이 무섭게 내리고, 밤을 새서 운전을 하자니 졸리고, 그런 그에게 마침 자신의 피곤함을 덜어줄만한 사람이 서있었다. 바바리코트를 입은 한 사내가 히치하이킹을 하더라. 밤에 비까지 내리니 요즘 자기 보존에 강한 사람들에게는 길손마저 무섭다. 그러나 이 철 없는 모습의 친구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남자를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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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는 한참은 웃다가, 조용해지고선, 그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 그는 정신분열증자였다. 칼을 들이대고서 말을 한다,  '나는 죽고싶어요'. 영화는 초반부터 상당히 쌈박하게 시작한다. 이 정도가 되면 요즘 같았으면 짐이 주인공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냥 그는 희생자이고, 히치하이커는 또 사냥감을 쫓다 상대를 잘못 골라 역사냥을 당할 정도 였을 것이다.
 자신이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는 사실에 너무 기쁘고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녀석이 굴러 떨어지니 고소할 수 밖에, 그 것이 그 사건의 시작이었다. 게속 그 자식이 짐을 쫓아온다. 그 미치광이가 타고 있던 자동차는 멈춰선 채, 내부는 피바다에 젖어있다. 카메라는 그 내부에 포커스를 두지 않았지만, 분명히 토막살인이라도 일어났나보다.

 결국 경찰에게 잡혔을 때 왜 그랬냐고, 이름은 뭐냐고, 어디서 사냐고, 힐문을 할 때는 힘 없이 포기를 하는 그 기력 없는 남자, 존 라이더는 살인에 대해서만 매우 진취적이고 잔혹한 남자이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이지만 어느 평화로운 나라 속에서의 연쇄 살인범과는 달리 정말 대담하다. 총으로 경찰의 머리를 관통시키거나, 주유소를 폭발시키기는 물론 사람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그 장면의 배경이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한적한 황야의 땅일지는 몰라도 그의 모습은 이성을 잃은 동물같은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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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살인이 문제는 아니다. 왜 자꾸 짐을 쫓아오냐 이거지, 그를 누명에 씌우게까지 하는 모습 같았지만 결국 존이 짐을 죽이지 못했다는 욕구 불만의 기운에서 뿜어져나오고서는, 보복을 감행하겠다는 것이 그의 행동 모순이었다. 1986년 작품인 힛쳐는 끝이 다소 강렬하다. 그러나 장면만 강렬하지, 계속 이 이야기를 보고있자니 피곤할 수도 있다. 어쨌든 절대적인 피해자이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짐의 모습은 누명에 씌어 나를 믿어주리라 하면서 억울하게 자수를 선언한다. 그러나 존 라이더는 그 것 마저 저지해버린다. 그러니까 존이 아무리 죽여도 책임은 짐에게 묻는다. 이 과정에서 짐은 자신의 사건에 휘말리게 되어 미안해 하는 그녀의 죽음에 대해 분노가 가득찬다. 그 것이 경찰의 잘못일지라도, 존 라이더의 속셈은 따로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짐은 결국 존 라이더를 향해 차를 돌진하고 방아쇠를 세차게 당긴다. 그리고 노을이 진다. 존 라이더의 결정적인 속셈은, 그 변태적인 본능을 짐에게 전이시키려고 하는 속셈이면서도 그 자신의 심계는 아니었을까 싶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올해 한국 최고의 스릴러라고 평가하고 싶은 추격자가 힛쳐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적어도 사이코패스라는 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다른 영화와 빗대어 보면, 배니싱 포인트 같은 할 말을 없게 만드는 느낌이나, 데스 프루프 같이 미친 싸이코의 모습이 떠오른다. (데스 프루프는 최근에 만들어졌지만)
<힛쳐>라는 영화 자체를 이렇게 어렵게 이야기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생각을 하게 만들어버린다. 조금은 과도한 의견은 아닐까 라고 싶어도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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