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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 타임 (In Time, 2012)

  '인간의 모든 수명은 시간이 결정한다' 는 전제로 만들어진 <인 타임>의 세계는 시간을 화폐로 사용할 수 있는 가상의 세계를 바탕으로 한다. 이 매력적인 설정은 무궁무진하고 심오한 성격의 영화가 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었다. 'Time is Power'라는 짧은 문구를 단 포스터부터 이 영화는 끝내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는 것 같았다. 일단 이 영화 속 세계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모든 인간들은 25살이 되면 1년의 시간을 부여받는다. 이 시간은 자신의 팔에 실제 시간이 표시된다. 이 시간은 자신이 살 수 있는 실제 수명과도 같지만 이 시간을 가지고 화폐로 이용하게된다. 이 세계에서는 돈이 없다. 시간이 돈인 것이다. 돈으로 지배받는 인간은 이 세계에서 돈과 시간이 하나로 융합되어 지배된다. 


 다양한 공상 과학 영화 속의 세계는 어두운 미래를 품는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의 설정은 다소 극단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데 빈부격차는 연관짓기 가장 좋은 예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 문제를 비현실적으로 강조하기 때문에 풍자나 희화를 목적으로 한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더욱 깊게 받아들인다. 더군다나 관객들은 이 사회적 시스템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에 집중할 수록 잠시동안은 더 쉽게 현실의 문제와 관련지어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 타임>은 여러모로 잘 만들어질법한 설정을 망가뜨린 것처럼 보이는데, 첫째로 그런 풍자가 존재한다고 했을 때 방향을 잡았으면 일직선으로 몰고가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아닌 것이 영화는 주인공들을 엄마의 손을 놓친 아이처럼 막 다룬 것 같았다. 복수가 목적이었다면 그 영화 속의 시스템을 이용하여 비판하며 꾸밀 수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모든 것을 씻어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기회도 많았다. <인 타임>은 관객에게 많은 생각을 줄 정도로 영화 속 시간의 공백이 많았고 심지어 그것마저 엉망인데 내내 웃음 없는 정색만 가득했다.

 그런데다가 이 영화에 잡혀있는 설정마저 결국 그리 지능적이지 못했다. 이 영화 속의 남자 주인공은 나름대로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이었는데, 우연히 만난 백만장자로부터 이 세상의 비판적 이야기를 듣고 그의 죽음과 함께 엄청난 시간을 물려받게 된다. 그 남자의 죽음으로 인해 주인공은 살인자로 누명을 쓰고 몸을 피하기 위해 평소에 갈 수 없었던 부유한 동네로 가기로 마음 먹는다. 그 과정에서 그의 어머니는 시간이 없어 사망하게 되며 조금의 시간을 나눠 받은 친구마저 죽고 만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완벽하게 혼자가 된 셈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세계에서 제일 부자들만 사는 도시로 이동하게 되지만 많은 이들이 그를 노리는 상황이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인 타임>은 주로 남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왜인지 이 영화 주인공은 그렇게 똑똑한 것 같지는 않고 그 어떤 동기부여가 관객에게까지 넘어오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연기를 한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연기가 문제인지는 몰라도 주인공은 무조건 사건을 대책없이 터뜨리기만하고 무언가를 바꾸려는 것이 밍기적거린다. 이쯤되면 영화 속의 잔혹한 현실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미학이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비슷한 예로, <이퀼리브리엄>과 <헝거 게임>의 작품 내 세계 자체를 흔들법한 전개는 기대를 충족시킨다. 이 영화를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준비물은 다 쥐어졌지만 밑도 끝도 없이 게을러서 30분이면 해결할 내용을 쓸모없이 늘린 케이스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미러스 앳지>같은 고퀄리티 게임으로 나왔으면 좀 더 재밌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