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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 소설 (Sinister, 2012)

 과거에 살인에 관한 주제로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 <8mm>라는 영화가 있었다. 영화 속의 사립 탐정인 주인공이 접하게된 8mm 필름 속에 담긴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이었고, 영상미보단 사실의 '그 무언가'를 바탕으로 한 결과로 꽤 충격적이었다. <살인 소설>은 <8mm>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슈퍼 8 필름을 사용했다는 점이고, 주인공은 이 하나의 단서만으로 집요하게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한다. 다만 어디까지나 몇 조건만이 비슷할 뿐이고 놀라웠던 것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최후의 장면이었다.


 소설가인 주인공은 자신의 새로운 작품을 위해 가족과 함께 외딴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작업 도중 우연히 다락에서 알 수 없는 출처의 필름들을 발견한다. 필름 속에는 실제로 행해지는 듯한 살인 장면이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희생자들은 과거 신문에서 나온 사람들이다. 카메라는 1인칭으로 찍혔기 때문에 누가 죽인지 모른다. 처음엔 주인공이 이 사건을 알아내기 위한 이유는 자신의 새 작품에 대한 도움이 될지 몰라 조사를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자신의 일상까지 침해할정도로 살인 사건에 집착하게된다.

 <살인 소설> 속 주인공이 행동하고 체험하는 장면을 통해 관객들은 진실이 무엇일지 궁금해야하며 전개를 따라가게된다. 이 영화는 매 장면마다 사건의 진실을 알려주는 단서가 숨겨져 있다. 그 단서를 조합하다보면 결말이 논리적으로 받아들여지는데, 그 과정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이 작품이 크게 짜임새 있거나 잘 다듬어져 있는 것 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공포 영화 속에는 수 많은 페이크가 존재하는데, 그런 페이크가 전혀 난데 없이 등장하거나 어색하면 놀라는건 당연하더라도 작품의 질을 매우 떨어뜨리기도 한다. 빈 수레가 요란하 듯, 그런 장면이 많아질 수록 영화의 호흡이 끊겨버리기 때문이다. <살인 소설>은 그런 면에서 아쉽기도 하다. 내가 이 작품에 대해 매력을 느낀 이유는 1인칭 시점의 헨드 헬드의 짜릿한 묘사를 이용한 사실적인 살인 장면이었는데 장면에서 보여주는 긴장감이 엄청나게 뛰어났다. 또한 지금 지긋지긋하게 우려먹는 파운드 푸티지를 이용한 오컬트 영화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 작품은 오컬트가 전부인 것이다. 중반까지는 어떻게 수 많은 단서를 제공하면서 (마치 <조디악>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분위기) 진실을 알려주는 장면이 매우 단순하게 난입되는 것이었다. 영화가 끝날 쯤에는 모든 의문을 가볍게 재칠 수는 있지만 그리 시원하지는 않다.


각 시대별 공포 영화의 전성기가 보여준 영화들은 달랐다. 80년대는 슬래셔, 90년대 쯤엔 코스믹 호러도 눈에 띄었던 것 같았고, 2000년대에는 고어가, 현재는 오컬트가 다시 성행이다. 사실 인간이 믿고 있는 '또 다른 세계'는 창조된 것임에도 그것이 한번 성공적으로 재현하게 되면 미지의 공포가 가득차기 시작하면, 중독성이 발생한다. 이전에 보았던 여름 날의 살인사건과는 뭔가 느낌이 다른 기분이다. 내가 공포를 즐기는 방법은 취향에 상당히 의존해서 그래서인지 미국인이 열광하는 '실화를 주제로 하는 살인'과 '고스트 스팟의 체험'에 상당히 친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