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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일런트 힐 (Silent Hill, 2006)

 1999년부터 출시된 코나미의 일본 게임 '사일런트 힐' 시리즈를 원작으로 제작된 동명의 영화 <사일런트 힐>은 2006년 개봉하였다. 주인공은'사일런트 힐'이라는 수 없는 말과 함께 매번 몽유병에 시달리는 딸을 치료하기 위해 이끌리듯 안개과 잿빛으로 뒤덮힌 그 곳으로 하게된다. 그러나 사일런트 힐로 가는 도중 딸과 엄마는 우연한 차 사고로 인하여 정신을 잃게되고 뒤늦게 일어난 후, 주인공의 딸은 사라져있다. 그녀는 딸을 찾기 위해 경황없이 사일런트 힐로 헤매며 수 많은 악몽을 체험하게 된다...


 영화의 원작은 '실종'에 대한 추적과 조사를 위해 만들어진 공포 게임이며 대단한 성공을 하여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공포 어드벤쳐의 대명사이다. 게임 속의 음침하고 한치 앞을 보기 힘든 안개를 헤쳐가야 하고 플레이어는 매우 제한된 시야 속에서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게임이다. 나는 2편을 잠깐 해보았는데, 그 이후에 여러 웹을 통하여 원작 게임의 스토리도 파악해보았으며 그 내용은 매우 흥미 있었다. 여기서 영화 <사일런트 힐>은 원작을 매우 충실히 재현하고 다듬으려 노력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둠>이나 <레지던트 이블>, <맥스 페인>처럼 게임을 바탕으로 만든 다양한 영화가 나왔지만 모두 엉망이었다. <사일런트 힐>역시 작품 수준은 비슷하다. 우베 볼 영화같이 의미도 없이 얼렁뚱땅만든 최악의 영화는 아니었으며 저 앞에 말한 작품들 중에서는 <레지던트 이블> 1편 급으로 제일 괜찮았던 것 같다.


 물론 불만인 부분은 있었다. 원작 팬들을 의식해서인지 아니면 원작을 바탕으로 더욱 주목 받기 위해서인지 영화는 매우 '게임'처럼 만들려 하였다. 각종 작품의 장치들을 영화로까지 재현시키는 것까지는 어색하지 않지만, 영화 속의 수 많은 장면들은 원작 게임의 장면을 '이식'시킨 것 같이 매번 어색하게 느껴졌다. 특히 아이의 대사 처리나 주인공의 연기는 특수 효과에서 의존한 덕분에 훨씬 애매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며 의외로 감탄했던 부분은 촬영이었다. 매우 극단적인 촬영 각도는 영화의 분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효과적으로 메꾸어주었다. 이것 역시 '게임같은' 영향이 있지만 어찌생각해보면 블리자드나 벨브 같은 영화같은 게임을 제작하는 환경 같은 것과 비슷한 것 같았다. 특히 게임에서 잘 표현되지 않은  '이면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은 매우 독창적이었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 변화되는 과정에는 거의 원작과 관계 없이 혁신적으로 창조되는 것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관객을 더불어 제작하는 사람까지 오해하게 만드는 부분은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혹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하는 것이 원판 그대로 옮겨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재창조의 의미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나는 특히 게임이나 소설의 영화화를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 받아들여지는 모든 사례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