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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셋업 (Setup, 2011)

 <셋업> 촬영에 참여한 배우들 마저 이 영화를 얼마나 좋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항상 총구는 일대 일로 겨룰 뿐이고 총을 먼저 겨눈 인물은 매번 총보다 훨씬 자비로울 뿐이다.오히려 영화는 죽은 인물에 대해서 유독 장난처럼 잔인해지고 범죄 영화 속 꽃같은 주제인 돈에 대해 크게 미련이 없어 보일 뿐더러 하나의 즐거운 사업처럼 행동하듯 그려진다. 이전에도 친구에게 뒤통수를 맞아 그를 복수하기 위해 뒤도 보지 않고 계획된 행동을 보여준 수 많은 영화들이 존재하는데, 어쩐지 이 영화는 그런 영화들을 단순하게 따라가지 않으려고 할 의도가 있었으나 분산만 시켜놓고 부스러기만 주변에 쌓여 지저분할 뿐이다. 물론 영화를 보기 전 출연하는 배우들의 구성을 보면 그 영화의 스케일이 보이긴 한다. 브루스 윌리스는 막대한 블록버스터에 가끔 출연할 뿐이고 라이언 필립도 메이저급 배우는 아니다. 특히 가수인 50센트가 등장한다는 것만 보면 알지 않겠는가. 어쨌든 이런 힌트들을 따질 겨를 없이 영화는 즐겨줘야하지만 결국 디지털 다운로드로 유통되는 영화는 그 가치를 알려줄 뿐이다.

 영화의 내용은 단순한데, 자세한 작전 설명도 없이 세 명의 강도가 다이아를 강탈하고 성공 뒤 구성원 중 하나가 나머지 둘을 배신하여 총을 쏘아 하나는 죽지만 주인공은 극적으로 살아난다. 이로 인해 그는 복수를 다짐하지만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엮이는 다른 인물들로 인해 복수가 지연될 뿐이다. 이건 미국 코미디 영화에서 보는 단순한 이야기를 중간에 수 많은 캐릭터를 엮게 하여 단계적으로 복잡하게 하지만 후에 가서는 급하게 매꾸는 듯한 연출로 꾸며지곤 하는데 이는 흔한 수법이다. 문제는, 코미디 영화는 그런 인물들을 끝까지 등장시키지만 범죄물에는 총이라는 결정적인 물건이 튀어나와 쓸모 없는 캐릭터를 없애버리고 만다. 이렇게 되면 일은 벌려질 대로 벌려지지만 결국 얼렁뚱땅 자기 챙길 것만 챙기고 끝나는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셋업>의 주인공인 50센트의 연기는 매우 한결같다. 브루스 윌리스는 크게 비중이 없다. 라이언 필립은 연기력이 뛰어나지만 그냥 못 만든 영화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허우적대는 캐릭터일 뿐이다. 그의 연기가 이렇게 몸 사리는 캐릭터들 사이에 있기에는 생각보다 아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