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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델마와 루이스 (Thelma & Louise, 1991)

  솔직히 말하자면 요즘 페미니즘이라는 상식적 기준을 파악하기란 쉽지도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지금도 논쟁의 대상이라고 하면 기분이 좀 그렇다. <델마와 루이스>는 영화 자체만으로 용어적 상징을 대표하기엔 너무 슬프다. 결말 끝에서 스스로 던져지는 자동차의 두 여인과 함께 영화 속에서 그들이 겪은 '마지막' 해프닝의 시작과 과정은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기만하다.

평범한 일상에 지친 루이스와 델마는 목적지만 제외하면 거의 즉흥적인 이유의 자동차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여행을 하던 중 두 여인은 잠깐 술집에서 만난 남자로 부터 강간의 위협을 받게되자 생각 없이 가져온 총으로 남자를 우발적으로 죽이게되고, 사건을 벗어나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겪게된다. 델마의 천진난만한 성격은 이동하는 과정에서 만나게된 J.D.에게도 돈을 도둑맞기도 하는 등 이들이 마주치게 된 사건의 모든 대상들은 남자가 된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남성 경찰을 잡히지 않기 위해 총으로 제압하기도 하고, 심지어 자신들을 그냥 성적 용도로 여기려고 하는 늙은이들도 총으로 농락하는 등 실제 여성들이 겪는 사건의 통로들 처럼 보이는 이 순간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복수하고 농락하는 계기가 된다.
 리들리 스콧이 말하고자 하는 영화의 궁극적인 이유는 눈치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충 파악하기 쉽다. 하지만 일반적 로드무비의 성격을 빌려온 상황에서 그 조건이 주인공이 두명의 여성이라는 것과 항상 위험과 사기가 속에서 여정을 한다는 것은 수도 없이 인식시키고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지겹지 않다. 주인공들은 걱정을 하면서도 흘러가는대로 꺾이지 않으며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결국 자유를 향해 가고 있을 뿐이다. 수 많은 영화들은 자동차와 활짝 열린 고속도로를 끼고 자유를 그리고 싶어한다. 그런 영화들이 결국 궁극적인 자유를 말해주었는지는 사실 말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델마와 루이스>의 두 여인은 포기하지 않고, 돌아가지 않겠다며 그들 스스로 끝을 향해 나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집에서 자신을 억압했던 남편으로 부터 혹은, 담배만 피며 시간가기를 기다리는 지겨운 일상에 대한, 개인적이고, 여성적이지만, 모두가 탈출하고 싶어하는 돌파구의 행위는 그다지 어느 영화에서나 다르지 않다. 한 때 이런 영화가 많이 나온 것 같은 기억이 드는데, <더 빨리, 푸시캣! 죽여라! 죽여> 나 <배니싱 포인트> 같이 비슷한 작품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크게 영화 자체의 독창성은 적어보인다. 중간마다 끼여있는 리들리 스콧의 촬영 스타일이나 전개 방식이 보이긴하지만 실제로 장면의 편집이나 인과 관계가 왠지 어긋나있는 부분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지나 데이비스, 브래드 피트, 마이클 매드슨, 하비 케이틀 등 상당히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기도 했는데다가 시대적인 배경과 쉽게 읽어지는 90년대 영화 스타일의 유사한 흥미성이 많기 때문에 이 영화는 재미있는 영화 축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리들리 스콧은 <델마와 루이스>의 시선을 통해 그다지 평단으로 하여금 지금도 말 많은 문제인 극단적인 페미니즘을 불러 일으킬만한 오해의 소지를 하나도 불러 일으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즐길 수 있는 영화처럼' 잘 만들어졌다. 극 중에서 맡은 하비 케이틀이 맡은 경찰 캐릭터가 내내 그들을 걱정하는 모습이 결정적이었기도 했지만. 역영화 속에는 토니 차일드나 B.B. 킹즈와 같은 주옥같은 아티스트의 곡들이 아주 잘 스며들어있다. 영화 속의 사운드트랙 스코어는 한스 짐머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