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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 (The Texas Chain Saw Massacre, 1974)

 지금이야 말로 따지면 이 영화의 리메이크 작은 가장 현대적인 수준에서 절묘하게 짜 맞춰지기도 했다.이는 물론 주변의 장르들의 특징만을 잘 꼽아내서 선보였기 때문에 그리 독창적이거나 훌륭한 장면이 많지 않은 작품으로 평을 받고 말았지만, 오리지날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은 많은 이들에게 공포의 작품일 것이다. 물론 공포 영화라는 것이 세대에 어긋나거나 지금으로서는 젊은 세대가 열광해하는  공포의 차원과는 거리가 있다. 당신이 슬래셔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는 대단한 작품이지만 반대로 이 영화의 리메이크 버전인 <텍사스 전기톱 연쇄 살인사건>이 더 재미있고 짜릿했다면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가장 전형적인 슬래셔 영화의 초기 버전이라 꼽을 수 있는 이 영화는 토브 후퍼의 초 저예산 데뷔작으로 알려진다. 그 어떤 질문은 생략하고, 두서없는 배우들의 대화와 정신 나간 자들과의 만남은 그 어떤 설명의 권한을 쥐여주지 않을 뿐이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처럼 짜여져 있고 매우 빠른 상황 전개와 극 중 희생자들의 행동은 제 멋대로이며 자연스럽게 살인마의 먹잇감이 되어버린다. 유일한 생존자인 여자 주인공이 살아 남는다는 설정은 거의 이후 영화들의 습관같은 주제가 되어버리기도 하며, 그 이전의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가죽을 하나씩 엮어 가면으로 쓰고 다니는 '레더페이스'처럼, 아주 옅게는 신비주의적이거나 그 살인마 자체를 더욱 괴물같이 보인다는 장치는 이후의 영화에서도 수도 없이 등장한다. 이 공포 영화에서의 전기톱은 남자의 무서운 물건과도 같은 상징처럼 여겨지고, 희생자들이 한 번 쫓기기 시작하면 쉬지 않고 돌아간다. 아주 가까운 거리를 두고 아슬아슬하게 쫓기는 상황은 엄청나게 긴박하고 사실감이 존재한다.

  이 영화는 많은 공포적 요소들이 충만해 보인다. 한편 수 많은 소리와 영상들이 꽤 충격적인 기분을 준다는 특징도 보인다. 이탈리아 공포 영화에서 힌트를 얻은 것같이 인간의 뼈와 시체의 향연, 그리고 경직된 동공의 초점을 보여주는 등 극단적인 영상이 떠내려진다. 여자 배우의 씨끄러울 정도로 찢어지는 비명 소리는 그 공포감을 현실처럼 보여주는 혐오적인 장치. 마침내, 그녀가 살인마들의 만찬 속에 강제로 합류되어 있을 때에는, 그저 미친 자들의 광기만 돋보인다.
 후에 이 영화는 현대적인 공포 영화에 재산처럼 여겨질 정도인데, 당시 개봉에는 말할 것도 없이 논쟁의 대상이었으며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살인 사건의 스타일을 매니악하면서 사실적인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많은 클래식 공포물이 병리학적인 측면 혹은 초자연적 요소를 도입해서 탄탄하게 만들었다면 이 영화는 거의 막장 수준으로 비윤리적인 살인 행각을 관객에게 전달시킨다. 그게 바로 요즘의 <호스텔>까지 와진 것처럼 역사 깊은 새로운 장르의 초기 모습인 것 같다.
 이미 3개의 후속편과 2번의 리메이크까지 나왔던 1974년 영화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은 벌써 등장한지 40년이 되어간다. 물론, <13일의 금요일>을 포함한 수 많은 슬래셔 영화들이 지겹고 단순하며 야할 뿐인 리메이크 작품들이 그저 버려지는 영화 급으로 비춰지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2003년에 나왔던 리메이크 작은 예상 외로 긴장되고 오리지날의 장점을 잘 가져온 작품이었던 것 같았다. 한 때 시리즈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야기가 많아 그 현실감에 대해 말이 많았는데, 실제로는 이처럼 완전한 내용이 아닌, 위스컨신의 연쇄살인마 어드 게인이라는 사람의 일화를 바탕으로 간략하게 꾸며진 것 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