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인생 최고의 영화

시계 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 1970)

  한참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을 알아보자면, 항상 어떤 영화는 원작의 세계라는 이유로 족쇄가 걸려있다. 물론 반응은 천차만별이지만 내가 본 시각에서 많은 사람들은 '원작을 보셨다면 이 영화의 점수가 과다하다는 걸 증명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나는 소설과 영화를 관련시키지 않는다. 한 영화가 최고의 소설 작품을 리메이크했다고 무조건 소설의 세계에 비춰 본다는 것은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정말 현실적으로 보자면 원작을 최고로 잘 따라간 영화는 존재할 수 없다고 본다. 나같으면 원작을 못 따라간다고 영화에게 욕 할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다른 소설을 보겠다. 그러나 단지 영화 작품적인 면으로 떨어진다면 할 말은 없다.

 나는 스탠리 큐브릭을 그저 호의적인 마음으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의 영화 사상은 너무나도 사람에게 공포심과 더불어 혐오스러움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허나 그의 작품을 보고 나면 이는 건방진 태도다. 이처럼, 큐브릭은 절대 관객에게 무언가를 숨기거나 가리지 않는 상태. 그 원초적 자체만을 보여준다. 영화 속 캐릭터 또한 너무나도 충격적이고 잔인하고 진취적이다. 악을 행하는 진정한 인간의 표상을 그려낸 영화 속 주인공 알렉스는 매일 환각제가 담긴 우유를 마신다. 그리고 폭력과 강간, 약탈을 일삼는 알렉스의 패거리는 미래 세계에서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잔인하고 야만적인 행동을 선사한다. 이처럼 잔인한 가상을 눈에 담는 것은 미리 예측에서 그칠 수 없도록 이 영화는 그 자체 이상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말 획기적으로 상상하며 파악하는 것은 미래 생각의 근원이었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환상적이고 희망적인 내용을 담은 미래이야기. 아무리 그 사이에 문제가 일어나더라도 공공연히 파괴를 할 수 없는 성격의 과제만 드러낸다. 다소 요즘에는 아이작 아시모프 원작의 <아이, 로봇>이 영화화되었지만 단지 영화 속에는 살기 좋은 세상 안 로봇 삼원칙의 모순을 통한 멸망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저 흥미거리로 유발시켜 보여주기만 하고 강한 메시지는 담지 않아 심오해보이지도 않았던 작품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사회적인 이야기를 다룬 <시계 태엽 오렌지>는 도덕을 궤뚫어낸 쇠창살같은 세상을 보여주며 조소를 보내고 있다. 
 영화는 폭력과 강간을 일삼는 한 청소년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을 보여준다. 루도비코 요법이라. 이 방법은 효과적이다. 반면 상당히 원시적이다. 치료자는 기계에 의해 강제로 눈을 뜬 상태에서 안약을 투약받으며 자신이 행한 것과 똑같은 강간과 폭력 영상을 본다. 그는 결국 거듭적인 치료를 통해 영상에 반응을 보인다. 구역질을 하며 혐오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내가 저런 일을 했더니, 상상조차 하기 싫어요."라고 말한다. 박사들은 그가 치료되었음을 판단하고 사회로 돌려보내준다. 반응은 알렉스의 눈으로 흡수된 약물 덕분인지, 아니면 지나친 익숙에 결과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결국 알렉스는 마지막에 "나는 치료되었어요"라며 그 이전 자신의 미소로 돌아왔다.
 '사람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야 정상이다.'라는 생각은 이 영화에 가장 잘 어울린다. 어떻게 돌아겠냐고 하니, 자신이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잠시 동안 곧게 서있다가, 두 팔 잘 펴고 박수 칠 때가 되었을 때가되니 원래의 태도로 돌아온다.
 영상면에서 본 내 생각은 정말 이 영화를 싫어할 정도로 사실적인 장면들이 등장하는 것을 느꼈다. 아무렇지도 않게 혼자 사는 여성을 공격하며 그녀에게 무언가를 내밀며 노래를 부르고, 어떤 상징적인 구조물이 가득한 여성의 집에서 흘러 퍼지는 Singin' in the Rain은 심히 끔찍한 노래가 되어버린다. 마약이 혼합된 우유를 주식처럼 먹으며 환상에 젖고, 마음에 드는 여성들을 꼬셔서 성관계를 갖는 사이에 등장하는 베토벤의 음악은 정말 말조차 하기 힘든 부분이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큐브릭에게 "이 영화를 개봉하면 가족을 죽여버리겠다"고 하겠나.

 어쨌든 나는 이 영화로 하여금 영상의 매력을 많이 느끼긴 했으나 다시 봐야할지 걱정될 정도로 감당하기 힘든 작품이 되어버렸다. 결국 무언가를 알려주기 위해 영화가 말해주고 있지만 그 잠시동안은 스탠리 큐브릭조차 정신이상이라는 일부 사실과 일부 오명을 내 마음 속에 읽히곤 했다는 기분이다. 한편 진중권은 시계 태엽 오렌지를 통해 인간 도덕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었다. 그는 진정한 인간이야 말로 범죄를 행하지 않음에야 진정으로 도덕적이라고 말했는데 나 역시 이 말이 전혀 틀리지 않았음에 동의한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범죄를 행하지 못함으로서 그들을 도덕군자라 칭송하는 착각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