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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도쿄! (Tokyo!, 2008)

내가 생각하는 옴니버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서로 다른 시각을 공유하는 것은 아닐까싶다. 가장 평범한 눈으로 바라본 도쿄의 시선은 도시라는 점 밖에는 보이지 않을 뿐일테고 반면 영화 감독들은 숨어있는 사실을 조금 더 화끈하거나 괴상한 모습으로 비틀어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공항에서 도쿄에 온 것을 환영 한다는 방송을 시작으로, 형형색색의 도쿄의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는 장면을 보여주며 정말 잠시 동안은 어떤 느낌을 취했는지는 각자 다르겠지만 아름다운 도쿄의 야경을 말하고는 있었다. 그러나 제목이 <도쿄!> 라고 말은 하지만 도쿄라는 도시의 모습을 찬사하거나 혹은 도쿄 여행을 즐기는데 큰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는 일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3편의 옴니버스로 구성되어있다. 미셸 공드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하여 봉준호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봉준호의 작품부터 말하자면 이 이야기 속 결말은 다소 조용하다. 제목은 '흔들리는 도쿄'지만 도쿄가 요동치는 도쿄가 활발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그 속에 숨쉬는 사람들은, 비로소 지진이 일어나 모든 일이 끝나기를 바라며 집 밖을 뛰쳐 나왔다가도 다시 조용해지면 다시 말할 수 없는 안식처로 숨어 들어가는 이기적인 히키코모리들이다. 흔들리는 도쿄의 주인공조차 히키코모리이다. 시작은 주인공의 모습은 자신의 조용한 삶을 남들에게 알려주기 시작하는데,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히키코모리에게 생기는 삶의 노하우와 돈과 전화만 있으면 문제 없다며 자랑하는 것까지 한심해보일 정도이다. 배달원이 오면 항상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물건을 받고 돈을 주고 문을 닫는 과정과 자신은 언제나 정해진 요일마다 피자를 시켜 먹는다며 집 안에서의 조용한 루즈한 일상을 설명한다. 의외로 그에게 있어 특별한 점이 있다면 정말 깔끔하다는 것이다. 결벽증이라는 건데, 보통 다수의 히키코모리가 더럽다고 경멸하는 보편적인 시선을 조금 더 특별하게 다뤘다는 점이 이 영화 속 주인공의 장점이다. 어쨌든 합리화를 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는 소심한 주인공은, 매 주 등장하던 여자 피자 배달원과 눈이 마주친다. 그 순간간이 주인공에게는 시간이 멈추듯 쿵쾅쿵쾅 뛰고 보는 사람한테도 긴장을 주는 결정적인 부분이다. 그런데, 갑자기 도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도쿄가 흔들릴 때의 내 기분은 정말 최고였다. 순간 영상에 최면되어 봉준호에게 '당신은 천재다'라고 속삭일 정도였다. <괴물>처럼 대규모가 아니고 봉준호만의 그가 말하고 싶은 가장 축소된 이야기를 꾸몄다고 볼 수 있는데 누군가는 끝이 아쉽다고 하더라도 후에 이 이야기가 더 진행된다면 안 짜릿 할 수가 없었다.
 봉준호는 이 이야기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 했던 부분을 집 안으로 들어오는 빛을 지적했다. 영화는 집에 틀어 박혀있는 인간을 집중 조명하므로 집 속으로 새며들어오는 햇빛이 중요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인공광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오히려 그 점이 더 강조하는데 있어 멋지다고 느껴졌다. 특히 주인공은 빛을 싫어하고, 빛은 그를 비추려 안달난 것처럼 보였다...

 나는 미셸 공드리를 무척 좋아한다. 그가 만든 뮤직비디오에도 힘이 있었고 초현실적인 영상은 완전 나를 뿅가게 만들었는데 이터널 선샤인이 가장 처음에 접한 그의 작품이었고 영상도 수면의 과학만큼 어지럽지 않았고 소프트해서 즐거웠다. 다만 이터널 선샤인이 전체적으로 슬픈 이야기라서 마음마저 즐겁지는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초현실주의자로 낙인시키는 것을 싫어한다. 표현이라는 면에 있어 그는 초현실주의적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오직 본인은 그렇게 불리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그가 항상 언급하는 부분이면서도, 단지 그가 그런 영상을 만드는 이유는 어느 사상 없이 그냥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이유만이 존재했다. 나 역시 그를 존중하며 믿고 있다. 그가 말한 이야기인 '아키라와 히로코'는 의외로 미셸 공드리가 장난치는 그만의 보편적인 영상 기법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영화 자체를 정말 일본 영화처럼 보여주었다.
 영화의 내용은 B 영화를 좋아하는 감독인 아키라와 그를 도와주는 여자 친구 히로코가 도쿄로 와 히로코의 친구의 집에서 얹혀 살며 겪는 온갖 고난들을 겪는 내용이다. 아키라는 항상 자신이 만든 영화를 성공시키겠다는 욕망을 쫓으며 살고 히로코는 그를 돕는데 바쁘다. 히로코는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버는데 바쁘고 어떤 면에 있어서 남자 친구를 위해 돕는 희생적인 면도 보이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목표 없이 허드렛일만 한다며 욕을 하고, 그녀는 몰래 한 욕을 먹고, 외로움과 괴로움을 동시에 겪게된다. 그러면서 그녀의 신체에 문제가 생긴다.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답답하더니, 거울을 보니까 자신이 점점 나무 의자로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원래 이 이야기는 공드리가 가브리엘 벨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만화를 착안해서 만든 이야기라고한다. 나무로 변하는 것은 똑같지만 그 배경이 뉴욕에서 도쿄로 옮겨진 것인데 공드리는 뉴욕과 도쿄를 상당히 비슷한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어떻게 봐서 는 얹혀 사는 욕망 없는 사람들을 보며 욕하는 것은 우리 나라 사람과 비슷한데 원래 도시는 모두 비슷한 느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영화의 결말이 상당히 쌩뚱맞기도 한데, 우울한 주인공의 입장에서 보면 이 영화는 해피 엔딩이라는 점이다. 특별히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미셸 공드리의 팬이지만 인물의 연기는 도저히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이터널 선샤인같은 경우 짐 캐리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몰입이 치명적일 정도로 잘 됐지만 어떤 영화 속에서 인물은 너무 관객을 흔들리게 하기에 동기를 너무 짧고 강하게 준다는 점이었다. 한참은 그가 표현하는 장면들이 자아도취적이지만 팬의 입장에서 나쁘게 말하자면 이 영화 속에서는 유난히 독특한 그의 꾸밈이 없어 기억에 잘 남지는 않는 부분이 많았다. 천재적이면서 독특한 그의 영화의 강한 장점인 '그런 장면'이 없으니 그의 영화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당연히 그에 대해 실망할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사실 나는 영화광이라기에 너무나도 초보적이다. 레오 까락스의 영화도 본 적도 없었고, 문제는 내가 본 그의 첫 번째 영화가 이 영화 속의 짧은 이야기, '광인'이었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어느 한 미친 남자가 하수구 속에서 살다 갑작스레 올라와 사람들을 놀래키고 하수구 속에 숨어있던 폭탄들을 발견해 그 폭탄으로 사람들을 학살하고, 결국 경찰들에게 잡혀 법정 앞에서 소통을 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광인이 출신도 불분명하고 듣도보도 못한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그가 도쿄에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메르드라고 말한다. 메르드는 프랑스어로 똥이라는 말인데, 하수구에서 사는 똥이 맨홀을 박차고 등장하여 시민들에게 테러리즘을 선사하는 것은 9.11의 공포적인 분위기를 편승하기 위한 목적을 레오 까락스가 말한다. 처음에 내가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게 된 내용만 따져서는 정말 짜릿하다고 느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광인이라는 점에서 벌써 예상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점들이 광인의 행동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본인이 그에 대해 공포적, 혐오적인 느낌을 공감받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그와 법정 상에서 소통하는 부분이었다. 보통 한국인의 입장에서 일본인을 싫어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광인이 그들과 대화를 하며 '말하고 싶지 않다' 는 둥, 어린 아이처럼 반응 하는 것은 상당히 경쾌하고 재밌는 부분이었다. 그는 일본인이 자신 같은 사람들을 이해해주길 바라지만 쉽게 일본인들은 쉽게 받아주지도 않았고 일부에서는 광인을 지지하려는 집단도 생겨 사회상의 어떤 문제를 말하는지 설명해주고자 한 노력이 보였다. 그러나 막판에 결말은 그리 심각하게 말려고 했지 않는 것을 말하는 듯 보였다. 광인의 결말은 정말 나에게는 짜릿했다. 그리고 광인의 마지막에 나오는 한 마디와 음악은 망치로 나를 때리는 듯 하다. 이 말은 나를 속여서 화를 나게 했다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재밌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 것에 비해 실망했을 만한 부분이 제목에 느낌표가 달려있다는 것인데, 이부분이 도쿄 속에서 일어나는 유쾌한 부분이나 혹은 도쿄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점들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결코 도쿄!의 제목에서 느낌표 하나 붙었다고 유쾌한 도쿄를 말하겠다고 오해하는 것보다도 '나는 도쿄를 이렇게 보인다'며 정말 기발하게 표현했다고 정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유감적인 부분을 떠올리기에 너무 명쾌하고 상상적이지 않은가 싶다. 또한 이 영화를 내내 보기엔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나 역시 중간 중간에는 그런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그렇다고 이 영화를 접하는 사람들이 '지루하다'며 딴지 걸다가 한판 크게 벌이는 씬이 있다면 이번에는 '너무 잔인하다'며 화를 낼 정도로 이기적일 수도 있다는 것 같았다. 상상은 하기 나름이고, 볼 때는 그 나름대로 즐기려는 의지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