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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트 (The Mist,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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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 존 카펜터가 안개를 창조하면서 불투명한 수증기가 마을을 집어 삼키면 인간은 어떤 공포에 휩싸일 것인지에 대해 잘 이야기 해주었다. 한편 <매드니스>에서 그는 괜히 다소 소심한 방법으로 스티븐 킹을 블러핑했다. 혹시나 그 당시 존 카펜터가 스티븐 킹이 싫어서가 아니라, 이후에 만들어질 영화 미스트의 후폭풍이 두려워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인 미스트는 역시 안개가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해 그 면모를 해주었다. 영화 속의 안개는 말도 안될 정도로 거대하고 잔인하더라. 평소 우리가 안개를 둘러싼 계곡의 모습을 보면 자연의 경관이라고 사진을 찍는 수준이지만 이 영화 속의 안개는 실제로 자연적인 안개는 아닌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어딘가는 무결하지는 않은 독극물과도 같았다.
 영화가 시작하기 무섭게 불길한 예감은 들어 맞고, 무식한 안개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을을 덮친다. 안개가 둘러 쌓인 마을에서 고립된 사람들은 안개가 더 이상 건물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언제나 고립된 장소에서 여웅적인 용사들은 등장한다. 그들은 안개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고 자신있게 밖으로 나가지만 결과는 처참하다. 한참 후에야 안개의 공격성에 대해 깨달은 사람들은 서로 다른 곳에 있는 가족들을 걱정하거나 절망에 빠지게 된다.
 일단 안개가 건물 안으로 스며들면 말 그대로 어떤 괴물에 의해서 무참하게 죽음을 당한다. 그 것들은 어디서 나타난 괴물인지, 코끼리 만한 크기의 거대한 모습을 가진 괴물이 있는가 하면, 우리가 평소에 볼 수 있는 거미나 모기의 진화형태처럼 보이지만 매우 공격적이고 사람에게 있어 치사율이 높은 능력들만을 가진 곤충들도 있다.
한국인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미스트>를 받아들이려하는 경향이 많았다. 요즘같이 영화보는 수준이 재미있다 아니면 재미없다로 구분되기만 하기 때문이라, '스티븐 킹이 누구야?'하면서 그냥 재밌어 보인다고 영화를 감상해주신다. 단지 눈요기로만 보겠다고 말하는 것이 그 나름대로의 활력소가 되겠지만 스티븐 킹이 누군지 알겠다면 그가 원작으로 한 작품은 조금 더 심오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스트는 고립 상태에 처한 인간의 절망적인 모습과 '당신이라면 어떻게 해결하겠는가'를 되묻는 작품이었다. 극 중의 등장 인물의 행동에 대해서 꾸짖을 것이 아니라, 그의 처지를 잘 따라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를 보는 과정에서 화를 내는 부분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티븐 킹은 매우 천재적이다. 극단적인 상황으로 잘 몰아가는 그의 기교를 잘 활용한 매우 독특하고 초현실적인 작품들이 많지만, 매우 와닿는 느낌이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의 절반정도는 프랭크 다라본트가 맡았는데, 그가 여태 맡았던 작품 만큼 충실히 그의 능력을 보여줬으니 걱정은 하지 마시길.